‘역시 배구는 세터놀음’ 5연패로 시즌 시작→황택의 군 제대 후 합류→9승4패… KB손해보험, 3년 만의 봄배구 복귀 보인다

역시 ‘배구는 세터놀음’이었던가. 2024~2025시즌을 5연패로 시작했던 KB손해보험. 이후 9승4패의 가파른 상승세로 9승9패, 승률 5할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5연패와 9승4패의 사이에 달라진 게 딱 하나 있다.
세터 황택의(28)의 가세다.

황택의는 성균관대 재학 시절인 2016~2017 신인 드래프트에 ‘얼리’로 나왔다.
당시 그가 ‘얼리’로 드래프트에 나오는지 여부가 관심을 모을 정도였다.
성균관대의 허락을 받아내며 드래프트에 나온 황택의는 35%의 확률로 1순위 지명권을 따낸 KB손해보험의 유니폼을 받아들었다.
입단 후 바로 주전을 꿰찬 황택의는 KB손해보험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황택의는 2022~2023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대했다.
황택의 없이 치른 2023~2024시즌. KB손해보험은 5승31패로 압도적인 꼴찌를 기록했다.
KB손해보험에겐 믿을 구석이 있었다.
2022~2023시즌을 마치고 이미 군입대가 예정되어 있던, 우리카드에서 FA로 풀린 나경복을 영입했다.
나경복과 황택의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2024~2025시즌에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었다.

입대 날짜가 빨라 2024~2025시즌을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있었던 나경복과는 달리 황택의는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올 황택의를 믿고 지난 시즌 주전 세터로 뛰었던 황승빈을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시킨 KB손해보험. 주전급 세터의 부재 속에 2024~2025시즌을 5연패로 시작했다.

황택의가 돌아온 1라운드 마지막 경기. 상대는 개막 5연승을 달리던 한국전력. 의도치 않은 행운도 있었다.
한국전력은 11월6일 현대캐피탈전에서 5세트 듀스 접전 끝에 개막 5연승을 거뒀다.
그러나 개막 5연승을 확정짓는 점수를 올린 엘리안(쿠바)가 착지 과정에서 다쳤고, KB손해보험은 엘리안 없는 한국전력을 상대로 3-0 완승으로 마수걸이 승리를 거뒀다.
황택의가 돌아온 KB손해보험의 경기력은 반등했다.
‘스페인 폭격기’ 비예나가 팀 공격을 이끄는 가운데, KB손해보험이 그렸던 황택의-나경복의 토종 핵심 라인도 든든했다.
여기에 황승빈을 보내며 현대캐피탈에서 데려온 차영석, 현대캐피탈에서 방출된 박상하가 지키는 코트 가운데도 든든했다.

2라운드를 3승3패로 마치며 하위권 탈출의 시동을 건 KB손해보험은 3라운드에서 5승1패로 급상승세를 타며 승률 5할을 맞췄다.
29일 3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통합우승 5연패를 노리는 ‘강호’ 대한항공에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 내리 세 세트를 따냈기에 더욱 짜릿한 승리였다.

승점 2를 챙겨 승점 26(9승9패)으로 전반기를 3위로 마감한 KB손해보험은 2021~2022시즌 챔프전 준우승 이후 세 시즌 만의 봄배구 복귀를 노릴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KB손해보험의 반등은 시즌 시작부터 맞이한 갖가지 악재를 극복하고 얻어낸 결과라 더욱 값지다.
시즌 개막 직전 새 사령탑임 미겔 리베라(스페인) 감독이 건강 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하고, 지난달 28일엔 의정부시가 갑작스럽게 안전 문제로 KB손해보험이 홈구장으로 쓰던 의정부체육관을 폐쇄한다고 통보해 하루아침에 안방을 잃었다.
지난 17일에는 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을 이끌어 온 이사나예 라미레스(브라질)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했다가 '국가대표 전임 감독제' 도입 취지를 해친다는 기존 구단의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황택의는 3위가 아닌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대한항공전 승리 후 황택의는 “아직 저부터 토스 감각이 100%가 아니다.
저부터 더 올라갈 수 있다”면서 “세터가 안정감 가지면 팀이 잘 돌아간다.
저부터 100%로 감각을 올린다면 저희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실적인 목표는 2위다.
독주체제를 갖춘 현대캐피탈(승점 46, 14승2패)는 어렵다고 진단한 황택의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을 두 번 만나 0-3으로 완패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은 못 이기겠더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아직 (현대캐피탈을 꺾을) 답을 못 찾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래서 2등부터 7등까지 다른 팀들과 경기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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