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코치→이제 사령탑으로, 강원 정경호 감독 “내 철학은 유연함, 무너지지 않는 팀 만들겠다”[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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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강릉=정다워 기자] 강원FC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정경호(44) 감독이 야심 찬 각오를 얘기했다.

정 감독은 23일 강릉 오렌지하우스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강원 사령탑으로 새 도전을 시작하는 각오를 밝혔다.

정 감독은 강원도 삼척 출신으로 강릉상고(현 강릉제일고)를 졸업한 강원 대표 축구인이다.
2009년에는 강원 창단 멤버로 시작해 선수로 뛰었다.
지난해 여름 강등 위기 시점에 수석코치로 합류해 윤정환 전 감독을 보좌했고, 올시즌에는 준우승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선수, 코치에 이어 이제 감독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

정 감독은 “소중한 기회를 주신 김진태 구단주, 김병지 대표 등 많은 이사님들께 감사드린다.
팬에게도 감사드린다.
소중한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노하우를 잘 녹여 내 좋은 팀으로 만들 생각”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정 감독은 “강원은 기복이 심한 팀이었다.
그 부분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
구단이 갖춰야 할 철학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팬이 좋아하고 납득할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
경기장에 찾아오고 싶은 축구를 하고 싶다.
강원도민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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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 감독과의 일문일답.

-윤정환 감독 후임으로서 부담감은 없는지?

수석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감독 대행도 했다.
지난 10년간 많은 것을 느꼈다.
전에는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꼈다.
그땐 경험이 부족했고 철학에 관한 고민도 많았다.
강원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부담감은 없다.
그보다 지금까지 겪은 과정, 가진 포트폴리오를 통해 색깔 있고 단단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K리그1에서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선수들과 즐겁게 해볼 생각이다.

-목표하는 성적은?

K리그1에서는 누구나 우승 경쟁을 할 수 있고 누구나 강등 후보가 될 수 있다.
혼돈의 시기다.
우리가 올해 준우승을 했다 해서 2025년에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만의 색깔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에 집중하면 성적은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전력 보강 구상은?

현재 김병지 대표님과 전력강화부에서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다.
제2의 양민혁을 만들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성장해야 시도민구단으로서 더 나아갈 수 있다.
구단에서 좋은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보내주면 감독은 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 편하기는 하다.
전에는 감독이 선수를 다 보러 다니면서 시간을 많이 썼다.
전력강화팀과 소통하면서 내 축구에 맞는 선수를 스카우트해주면 내가 할 일이 줄어든다.
선수에게 더 집중할 수 있어 좋다.
팬 입장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 기대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치 때는 잘했지만 감독으로 잘할 수 있을까 의문도 있겠지만 감독으로서 증명해야 한다.
누구나 코치 시절은 있다.
과정이라 생각하고 건강한 팀을 만들겠다.
우리는 파인 다이닝이 아니다.
일반식당이지만 줄 서 있는 맛집이 되고 싶다.
제2의 양민혁, 황문기를 만들어야 한다.

-강원은 어떤 의미인지?

강릉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 곳이다.
선수, 지도자로서 성장할 수 있게 해줬다.
큰 영광이다.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강원에서 처음 감독을 할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곳은 나에게 소중하다.
고향 팀이다.
많은 것을 배우고 사랑받았기 때문에 조금 더 감독으로서 많은 역량, 커리어를 갖춘 후에, 준비가 잘 된 시점에 맡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잘 모르는 것 같다.
지난해 강등 위기에 올 때도 내 경험을 팀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부담은 용기를 통해 이겨내야 한다.
용기를 내서 지난해에 살아남았다.
올해에는 준우승도 했다.
큰 용기를 갖고 선수들과 함께 단단한 팀을 만들고 싶다.
이제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나도 많은 공부를 통해 이 자리에 와 있다.
리더십을 통해 팀이 많이 변할 수 있다.
그런 역할을 잘 해내면 강원이 자리를 더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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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도자와 함께했는데 어떤 점을 배웠는지?

나는 행복한 지도자다.
유상철 감독님을 시작으로 김학범, 김태완, 김남일, 윤정환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
내 것으로 녹여야 하는 것도 봤다.
그러면서 많이 성장했다.
그분들이 믿고 맡겨주셨고, 부족한 점을 많이 채워주셨다.
덕분에 성장했고 경쟁력도 생겼다.
현재 K리그에 젊은 지도자가 많지 않다.
준비가 많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감독이 되어 실패하는 모습도 봤다.
코치 시절을 잘 보낸 분들이 내공이 있고 경험도 있어 팀을 잘 만든다.
젊은 지도자들이 인내하면서 많은 경험, 시행착오를 보내길 바란다.

-코치로 일할 때와 감독으로서 일할 때와 어떤 차이가 발생할지?

수석코치로 일할 땐 숲속 안의 나뭇가지를 디테일하게 보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숲은 다르다.
밖에서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지만 안에서는 나무마다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수석코치일 땐 그 안에서 가꿨다.
감독이 된 후에는 밖에서 숲의 모양을 크게 봐야 한다.
더 아름다운 숲을 가꾸는 역할이 되길 바란다.
코치 시절에 하던 것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안에서도 보고 밖에서도 봐야 한다.
안팎을 넘나들면서 잘 소통할 예정이다.

-선수를 보는 기준이 있다면?

체력, 기술, 전략, 심리, 그리고 가장 이야기하는 게 태도다.
이제 태도가 경쟁력이다.
감독, 코치도 마찬가지다.
재능 있는 선수라 해도 태도가 안 좋으면 절대 안 된다고 본다.
간절함과 절실함을 갖고 훈련에 임해야 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말도 있다.
기분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그 선택을 잘해달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한다.
나 또한 그래야 한다.

-제2의 양민혁 후보가 있다면?

지금은 모르겠다.
사실 제2의 양민혁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K리그 역사에서 처음 나온 선수다.
정말 대단한 선수다.
동계 훈련을 하면서 장점을 봤는데 22세 이하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다고 봤다.
경기를 할수록 어디까지 성장할까 기대가 됐다.
리그에서 1~3라운드 안에 득점하면 자신감을 갖고 꾸준히 갈 것이라 생각했다.
성남FC 시절에도 김지수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콜업한 경험이 있다.

-윤정환 감독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맡게 됐다.


아름답고 대단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도전 정신이 있기 때문에 인천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실 것이라 생각한다.
모셨던 분이라 장점을 잘 안다.
걱정은 하지 않는다.
승격하는 데 일조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많이 응원하겠다.

-구체적인 철학, 색깔을 얘기하자면?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그게 쌓여 철학이 됐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바뀔 수도 있다.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는 게 내 철학이다.
구조적으로 이기는 축구,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 축구를 하겠다.
그런 부분을 선수들과 잘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유럽 축구를 많이 보는데 이제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좋은 축구를 하는 감독들이 많다.
한 명을 보기보다는 다양한 장점을 보려고 한다.
단점을 보완하는 부분도 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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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시즌에도 포지션 변경이 계속되는지?

나도 포지션 변경에 관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상주 상무 시절 선수 포지션이 많이 겹쳤다.
그때 다양하게 선수들을 써봤다.
그러면서 노하우가 생겼다.
신세계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써봤다.
주민규가 이탈했을 땐 이광선을 스트라이커로 쓰기도 했다.
경험이 있어 실패 확률은 적다고 본다.
올시즌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장점을 살리는 포지션 변경을 고려해보겠다.
지켜보면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가겠다.
튀르키예 훈련에서 확인해볼 생각이다.

-장결희가 테스트 중인데 입단 가능성은?

이번 주까지 훈련하는 모습을 볼 것이다.
어렸을 때 재능이 있었는데 왜 정체되었는지 보고 있다.
장점을 보려고 한다.
그런데 훈련을 통해서만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연습 경기를 보지 못해 아쉽다.
최대한 잘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감독이 된 후 기억에 남는 축하 메시지가 있다면?

많은 축하를 받았다.
감사드린다.
오랫동안 수석코치를 해서 고생한 것을 알고 그러시는 것 같다.
다들 고생한 만큼 기회가 왔으니 잘 살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후배 지도자들은 감독님이 롤모델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꼭 성공하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잘해야 축구도 발전할 수 있다.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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