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멘탈 퍼포먼스] 서울 풋볼A U18이 만든 한국형 팀 빌딩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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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풋볼 U18 / 황진성 감독
스포츠 심리학을 공부할 때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이 팀 빌딩(Team Building)이다.
팀 빌딩은 팀다운 팀, 신뢰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방법이다.
그 전까진 이러한 방법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팀 빌딩에 대한 관심은 박사학위 논문 주제로 이어졌고, 이 시기에 팀 빌딩에 대한 지식 습득과 생각의 전환이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스포츠 팀에 팀 빌딩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려면 팀 빌딩 개념 모형(Prapavessis, Carron, & Spink, 1997)을 잘 이해하면 된다.
팀 구조(역할 명료성, 역할 규범, 리더십), 팀 환경(근접성, 독특성), 팀 과정(협동, 희생, 팀 목표, 의사소통), 팀 응집력(과제 응집력, 사회 응집력) 등으로 나뉘며 궁극적인 목적과 목표는 팀 응집력 향상이다.
필자도 박사과정 시절에 이 모형을 기반으로 팀 빌딩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엔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조금 더 한국 스포츠 정서와 맞는 팀 빌딩 모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필자가 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팀 빌딩 개념 모형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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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멘탈 퍼포먼스

한국 스포츠 정서에 적합한 팀 빌딩 모형은 무엇일까? 이러한 갈증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2024년 올해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은 이전에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선수가 자란다’라는 글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다.
우수한 인프라와 다양한 스포츠과학을 적용해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팀이다.
올해 창단 2년 차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는 팀으로 발전했다.
현재 U15 학생 선수들이 가고 싶은 선망의 팀이 됐으며, 이 팀에 쉽게 진학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필자가 이 팀을 통해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팀은 어떻게 팀 빌딩을 했을까? 너무나도 궁금했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을 이끌고 있는 황진성 감독과 이슬기 코치를 만났다.
이들은 차분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줬다.
“팀에 대한 철학이 명확했기 때문에 팀을 만드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우리 팀의 철학은 좋은 사람을 만드는 거예요. 모든 선수들이 축구선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죠.” 가장 먼저 팀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할 줄은 전혀 몰랐다.
우리나라 축구 지도자들에게 “당신의 팀 철학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이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의 팀 빌딩 작업은 지도자가 만든 팀 철학에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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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풋볼 U18 / 황진성 감독

이들은 팀 철학을 정의하고 나서 이에 맞는 팀 문화를 만들었다.
총 8가지 요인으로 구성돼 있다.
1. 10시 1분은 10시가 아니다.
2.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3.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줍는다.
4. 운동장에서 음료는 스스로 준비한다.
5. 책임은 ‘실행’을 한 선수들이 아닌 ‘결정’을 한 코칭스태프가 진다.
6. 가족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는다.
7.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을 믿는다.
8.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사람이자 좋은 축구선수’이다.
8가지 요인을 여러 번 읽게 되면 떠오르는 단어가 몇 가지 있다.
바로 신뢰, 믿음, 책임감이다.
이들은 팀 선수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팀 문화라는 울타리 안에서 좋은 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팀 철학과 팀 문화, 그다음은 태도(Attitude)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황 감독은 차분하고 화를 잘 내지 않는 성향의 소유자다.
하지만 팀 선수들의 태도가 올바르지 못하면 절대 눈감아주지 않는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려면 올바른 태도가 반드시 필요해요. 나아가 선수 이후에 삶을 살아갈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이 태도라고 생각해요. 때문에 저는 팀 선수들에게 올바른 태도를 끊임없이 요구해요” 실제로 황 감독은 지난여름 금강대기 대회에서 교체돼 나온 선수가 물병을 발로 차는 것을 목격하고 이후 경기와 팀 훈련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대회 기간에 이러한 선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사례를 통해 황 감독이 얼마나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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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멘탈 퍼포먼스

이제는 태도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뻗어 나간다.
첫째, 코칭스태프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U18 축구팀은 감독, 코치, GK코치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 풋볼A U18은 다르다.
감독, 코치, GK코치, 피지컬 코치, 전술분석 코치, 분석관, 디렉터, 멘탈 코치 등 다양한 시각에서 팀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코칭스태프를 왜 이렇게 구성했을까? “팀 선수들에게 다양한 스포츠과학 지식과 코칭을 정확하게 전달해 주고 싶었어요. 팀 선수들이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게 되면 그라운드에서 올바른 태도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라운드에서의 올바른 태도는 곧 실력입니다” 이 코치는 좋은 선수가 되려면 다양한 스포츠 과학 코칭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기량을 잘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선수가 자신의 기량을 잘 발휘하는 것을 올바른 태도로 정의했다.


둘째, 우수한 환경이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은 프로 산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환경이 우수하다.
클럽하우스 내 코칭스태프 사무실, 미팅 룸, 라커룸, 샤워실, 피지컬 트레이닝 센터가 있으며 전용 훈련장도 바로 앞에 있다.
비프로 카메라도 훈련장에 설치돼 있어서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팀 숙소는 클럽하우스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으며 인수한 4층 건물을 팀 숙소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팀 선수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주기 위해 주변 카페도 인수했다.
이 코치는 “팀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축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만든 우수한 환경은 팀 선수들의 동기를 높이고 자기관리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우수한 환경도 올바른 태도와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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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풋볼 U18 / 이슬기 코치

셋째, 명확한 팀 규범이 있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은 팀 스케줄 이외에는 자율성을 부여한다.
선수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실천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반적인 U18 축구팀들은 숙소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한하고 핸드폰을 자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은 그렇지 않다.
팀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되 책임감을 갖게 한다.
중요한 것은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황 감독은 “팀의 명확한 규범이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팀의 규범을 지키지 않을 경우 상황에 따라 팀을 퇴단해야 합니다.
저는 팀 선수들에게 억압된 규제보다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책임감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억압된 규제는 사회성을 낮추고 자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든요.”

넷째, 경기 출전 기준이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은 경기 출전 기준이 명확하다.
이로 인해 팀 선수들이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팀 훈련에 참여하게 되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키게 된다.
경기 출전 기준은 APPP이다.
Attitude: 바른 태도를 가져라, Position: 최적의 위치를 찾아 움직여라, Possesion: 볼을 소유하고 공유하라, Pressure: 빠르고 강하게 압박하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에서는 다음 4가지를 잘해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이러한 명확한 경기 출전 기준은 경기 미 출전 선수들의 불만 불평을 최소화하게 되고 의도적인 연습을 증가시키게 된다.
선수 본인이 무엇이 부족한지를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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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풋볼 U18

번외 요인도 있다.
바로 팀 빌딩 활동이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은 팀 빌딩 활동을 팀 훈련으로 인정하고 팀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다 같이 참여한다.
팀 빌딩 활동은 팀 선수들의 소속감과 친밀도를 높이고 정신건강 회복, 팀 응집력 향상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활동이다.
올 시즌 진행한 팀 빌딩 활동은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 영화관 가기, 윷놀이하기, 탁구 치기, 치킨 회식 등이 있다.
이 코치는 “팀 빌딩 활동은 코칭스태프와 팀 선수들 간에 신뢰와 믿음을 형성하고 팀이 하나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다양한 팀 빌딩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할 생각입니다.
”라고 말했다.
팀 빌딩 활동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에 친밀도를 높이게 되고 이러한 긍정적인 조건은 팀 선수들이 팀에 머무르고 싶은 욕구를 더 높이게 된다.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이 만든 팀 빌딩 모형이 꼭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모형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팀을 만든 것은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 신뢰할 수 있는 U18 축구팀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서울 풋볼A U18 축구팀의 팀 빌딩 모형이 많은 지도자들에게 좋은 지침서 되길 기대한다.


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이상우 대표는...
△멘탈 퍼포먼스 대표 △스포츠심리학 박사 △K리그 FC서울, FC안양 선수 △저서 ‘멘탈 퍼포먼스’(2024) △K리그 드림어시스트 멘토(2024) △서울특별시핸드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2024) △양평군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2024) △한국스포츠심리학회 이사(2024)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인천유나이티드 U15 광성중, U18 대건고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서울 풋볼A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양평FC 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K리그 신인선수 교육(2024) △심판아카데미 S, A코스 심리기술훈련 특강(2024) △충주상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의정부광동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천안제일고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경기 SOL 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서울노원RFC U12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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