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격세지감’ 프로야구 과도기 2005년,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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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프로야구, 만원 관중으로 가득찬 대구시민야구장.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격세지감(隔世之感)’, 마치 다른 세상을 만난 것처럼 세상이 크게 변했음을 뜻한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올해 프로야구가 천만 관중을 달성하면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기록을 썼다.
1982년 출범 이래 전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그럼에도 숱한 위기가 있었고, 그 어려움을 극복해 내면서 지금의 프로야구 열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창간했던 2005년이 대표적이다.
19년 전 프로야구와 함께 흥행의 역사를 톺아본다.

“걱정이 많았죠. 지금 생각하면 인프라가 참 부족했어요.” 2005년 프로야구는 이른바 ‘과도기’ 성격이 강했다.
한 야구계 관계자도 고개를 끄덕인 대목이다.

8개 구단의 보금자리인 경기장들이 노후화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구장이 무려 7곳이었다.
그나마 2000년 창단 신생 구단 SK(SSG의 전신)가 신축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2002년 완공된 문학야구장(현 인천 SSG 랜더스필드)이다.

19년 사이 상전벽해 수준이다.
복수의 전문가는 낙후된 시설을 벗어나면서 더 많은 팬들이 프로야구로 유입될 수 있었다고 손꼽는다.
참고로 2024년 기준 프로야구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2014년 개장), 고척 스카이돔(2015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2016년), 창원 NC 파크(2019년) 등 가지각색 신식 구장을 자랑한다.
더 많은 좌석은 물론이고, 경기장 곳곳에 팬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많이 들어섰다.
내년에는 한화의 신축 야구장 베이스볼 드림파크까지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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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LG는 지난 2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관중 2만3236명이 입장하면서 누적 관중 수 130만4656명을 기록 구단의 한 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을 작성했다.
사진=뉴시스
시청 환경도 사뭇 달라졌다.
2024년 프로야구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유료 중계가 보편화됐다.
2005년, 전 경기 중계는 언감생심이었다.
앞 관계자가 “지금이야 하루 5경기를 동시에 챙겨볼 수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 그런 꿈을 꾸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말한 까닭이다.

때로는 관심 있는 경기 결과를 뒤늦게 확인해야만 했다.
하루 한 경기를 여러 방송사가 틀어주는 ‘겹치기 중계’ 문제가 발생한 게 단적인 예다.
지금의 야구팬들에게 제법 익숙지 않은 풍경이다.
또 모바일 중계의 경우 이동통신사를 이용한 문자서비스가 인기를 끌었고,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통한 프로야구 중계도 도입 초기를 맞이했다.

다만, 일련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05년 프로야구는 긍정적인 관중 동원 성과를 거뒀다.
더불어 훗날 불어올 야구 열풍에 결정적인 주춧돌을 놓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총 338만7843명, 그해 최종 흥행 기록이다.
8개 구단이 리그에 참여한 가운데 평균 6722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경호 KBO 홍보팀장은 “프로야구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되찾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1999년(322만624명·평균 6100명) 이후 침체기에 빠진 관중 지표를 유의미하게 회복한 게 방증이다.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한적 관중 입장을 받은 2020년, 2021년 두 시즌을 제외하면, 프로야구는 2005년 이후 단 한 차례도 300만 관중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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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로야구 대표 홈런왕 최정(SSG). 사진=SSG 랜더스 제공
새 전설들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시기이기도 하다.
막내 꼬리표를 걷어낸 SK는 2005년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2003년(2위)에 이어 또 한 번 가을 무대에 진출하는 저력을 선보였다.
김재현, 박재홍, 이진영, 박경완 등 강력한 타선이 힘을 더했고, 에이스 김원형과 특급 불펜 위재영이 마운드를 지켰다.

이 가운데서도 크게 주목할 만한 이름이 SK에서 등장했다.
그해 프로 무대를 처음 밟은 열여덟 ‘소년장사’ 최정이다.
당시 4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7(85타수 21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그 뒤 19년이 흐른 지금, 최정은 프로야구 홈런 새 역사를 쓰고 있는 대타자로 성장했다.

2024년에는 이승엽 두산 감독이 현역 시절 기록한 467홈런을 뛰어넘으면서 역대 최다 홈런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그 외에도 오승환(삼성), 윤석민(전 KIA), 정근우(전 SK)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앳된 얼굴과 함께 프로 첫발을 내디뎠다.

김종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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