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4] 이 순간을 위한 트레이드… ‘만루포’ 김태군의 가치, 찬란히 빛났다

KIA 김태군이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박수를 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1년 전의 선택, 드디어 빛을 본다.

프로야구 KIA는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에서 9-2 완승을 거뒀다.
시리즈 3승1패를 남긴 KIA는 대망의 ‘V12’까지 단 한 걸음만 남기고 안방 광주로 돌아간다.

양 팀을 대표하는 투수 원태인(삼성)과 제임스 네일(KIA)의 뜨거운 매치업으로 시작된 경기,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KIA의 안방마님 김태군이다.
경기 하이라이트이자 마침표나 다름없던 폭발적인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었기 때문. 모든 조명이 그를 향한 한판이었다.

KIA가 3-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 밥상을 김태군이 받아들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원태인에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바뀐 투수 송은범에게는 달랐다.
1B에서 2구째 시속 135㎞ 슬라이더를 벼락같이 잡아당겼다.
좌측 선상을 따라 날아가던 타구가 폴대 안으로 들어왔고, 순식간에 KIA의 4득점이 수놓아졌다.
이른 시점이었지만, 사실상 승리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그만큼 도드라진 김태군의 존재감이다.

KIA 김태군이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KS에서 역대 5번째로 나온 만루홈런이다.
1982년 김유동(OB)이 삼성 상대 6차전에서 터뜨린 그랜드슬램을 시작으로, 2001년 김동주(두산), 2012년 최형우(당시 삼성·현 KIA), 2017년 이범호(KIA)가 바통을 이어왔다.
그 영광의 이정표를 2024년의 김태군이 받아들었다.
심지어 이 홈런은 정규시즌을 포함해서도 김태군이 기록한 커리어 첫 번째 만루포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을 가장 중요한 순간에 뽑아냈다.

1년 전, KIA의 선택도 재평가된다.
바로 2023시즌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삼성과 단행한 1대1 트레이드다.
내야수 류지혁과 포수 김태군을 주고받는 교환이었다.
유일한 약점이었던 안방마님 자리를 채우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렇게 주전 포수를 얻은 KIA는 이어진 10월 총액 25억원(연봉 20억원·옵션 5억원)짜리 다년계약으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김태군을 묶는 데 성공했다.

뒷말이 많았다.
리그 전체의 포수 기근을 감안하더라도 커리어 내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김태군에게 ‘오버 페이’를 했다는 지적이었다.
2022시즌 트레이드로 데려왔다가 FA 시장에서 놓쳐버린 박동원 사례로 인한 ‘패닉 바이’였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KIA 김태군이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2024 KBO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리고 이현곤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KIA타이거즈 제공

야구단의 모든 투자가 ‘KS 우승’을 위한 것임을 감안해본다면, 이제는 그 말이 쏙 들어갈 듯하다.
큰 경기를 맞은 김태군은 이번 KS에서 빅게임 DNA를 유감없이 뽐낸다.
2연승을 빚은 광주 1~2차전 6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했다.
3차전(3타수 무안타) 잠시 침묵했으나, 이날 만루포와 함께 멀티히트로 날아다니며 우승 반지를 향한 열망을 내비쳤다.

‘우승 포수’ 타이틀이 코앞이다.
물론, 이미 우승 커리어가 있긴 하다.
NC 소속이던 2020년에 통합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허울뿐이었다.
양의지라는 거목에 밀려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기 때문. 이번에는 다르다.
KIA의 붙박이 주전으로서, 영양가 높은 활약까지 더했다.
당당히 우승 반지를 낄 그 순간을 향해, 김태군이 달려간다.

대구=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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