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한국 수영이 연 미래…박지훈 트레이너 “우리는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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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박지훈 트레이너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모두의 힘이 모아졌을 때, 비로소 정상이 보이더라고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은 한국 수영의 ‘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특히 경영은 메달 잔치였다.
금메달 6개를 비롯해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흘러나온다.
터치패드를 찍는 순간, 선수들 못지않게 짜릿함을 만끽한 이가 있다.
박지훈 수영 경영 대표팀 트레이너다.
박지훈 트레이너는 “누구랄 것 없이 모든 선수들이 너무 잘했다.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 운명처럼 만난 수영

트레이너 쪽에서 잔뼈가 굵은 자원이다.
2015년 태릉선수촌 체력단련실 견습 트레이너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았다.
8개의 종목을 거쳤다.
소프트테니스, 사이클, 역도, 사격 국가대표팀 등을 경험했다.
베트남 태권도, 아이스하키 청소년 트레이너로 활약하기도 했다.
수영 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21년이다.
당시 도쿄올림픽서 황선우가 깜짝 활약을 펼치며 조금씩 주목을 받을 때였다.
채용 공고를 접한 박지훈 트레이너가 지원서를 내 합류했다.

수영이라는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을까. 박지훈 트레이너는 “선수촌 생활에 정점을 찍어보고 싶었다”고 웃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종목을 막론하고 각자 나름대로의 프라이드가 강하다.
그 분야 최고를 바라보는 이들이다.
같이 일하는 이들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더욱이 수영은 맨몸으로 물속에 뛰어드는 종목이다.
몸에 관해선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박지훈 트레이너가 ‘도전’을 외친 배경이다.
그만큼 끊임없이 연구한 것은 물론이다.

첫인상은 어땠을까. 잠시 시간을 되돌리던 이내 박지훈 트레이너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선수들, 솔직히 남자인 제가 봐도 정말 멋있어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흔히 수영 선수하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할 거라는 인식이 강하다.
계영 종목이 있긴 하지만, 레이스를 펼치는 시간만큼은 홀로 싸워 이겨야 한다.
박지훈 트레이너는 “선수들 개개인이 자기 종목에 대한 애정, 자존감이 굉장히 강하다.
스스로가 소중한 만큼 타인도 존중해주더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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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박지훈 트레이너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지도자와 선수, 그 사이 어디쯤

‘트레이너의 위치는 어디쯤이 가장 적절할까.’ 박지훈 트레이너가 수없이 고민한 지점이다.
대표팀도 결국 작은 사회다.
박지훈 트레이너는 “대표팀을 하나의 큰 집단이라고 한다면 지도자와 선수라는 큰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트레이너는 그 사이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론 트레이너를 지도자 범주에 넣고 싶지 않다.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지도자가 되면 안 된다고 믿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너무 가까워도, 멀어도 안 된다.
박지훈 트레이너는 “어떻게 보면 트레이너는 구성원 중 한 명이지만 이 한 명으로 좋은 방향으로, 안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의 원활한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와해시킬 수도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다년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대목이다.
박지훈 트레이너는 “좋은 얘기라고 쉽게 전달해선 안 된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좋은 시너지 효과를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수영 대표팀은 박지훈 트레이너의 신념을 바꿔놓았다.
가령 전지훈련을 가면 같이 생활한다.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셈이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박지훈 트레이너는 “매번 같이 밥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다 보니 진짜로 가족 같더라”면서 “사실 여럿이 한 공간에서 지낸다는 게 쉽지 않은 일 아닌가.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다.
막내 동생이라고 생각하니깐 화를 내려다가도 넘어가게 되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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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박지훈 트레이너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수영을 향한 애정 하나로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수영이 주목을 받으면서 기대치도 높아졌다.
자연스레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대표적인 부분이 체력이다.
황선우의 경우 도쿄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페이스 조절이 완전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든 선수 본인의 의지로 움직여야 한다.
박지훈 트레이너는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황)선우도 어느 순간 본인이 깨달은 것 같더라.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듯했다.
스스로 찾아 하더라”고 말했다.

‘육성’ 방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많았다.
가령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 등으로 구성된 계영 800m는 한국 수영이 전략적으로 키운 종목이다.
항저우 AG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많은 이들이 말했다.
동시에 여러 명을 키우는 것보다, 확실한 에이스 한 명을 키우는 게 효과적이라고. 박지훈 트레이너는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경기장 안에선 경쟁자일수 있지만, 밖에서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였다.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수영에게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는, 하나하나 퍼즐이 맞춰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지훈 트레이너는 “연맹 분들을 비롯해 관계자들 모두가 정말 수영을 정말 사랑한다.
관련 일을 하면서도, 시간이 나면 수영장에 가시는 분들”이라면서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에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그 이면에 있는 분들에 대해 꼭 말씀드리고 싶다.
묵묵히 땀 흘린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성과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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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박지훈 트레이너 사진=김두홍 기자 [email protected]

◆ 더 큰 꿈을 꾸며

박지훈 트레이너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파리올림픽에 갈 수 있다면, 이 친구들과 또 기적을 써 보고 싶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목표도 있다.
“미국 영주권을 준비하려 한다.
군인이 되고 싶다”고 운을 뗀 박지훈 트레이너는 “사실 한국은 제 나이론 한참 전에 제한됐다.
미국은 최근 42살까지로 올랐다.
미군은 전쟁도 많이 다니고 파병도 많이 다니지 않는가. 물리치료에서부터 몸 관리를 해주는 등 직업군이 다양하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듯하다”고 밝혔다.

화성=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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