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멘탈 퍼포먼스] 이정효 감독의 자신감 원천은?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우리가 돈과 이름은 없지만 실력은 있다고 생각했어요.” 광주FC 이정효 감독의 말이다.

프로 세계에서 지도자는 결과로 이야기한다.
굳이 설명할 필요 없다.
좋은 지도자라면 결과를 만들고 증명하면 된다.
철저하게 결과로 평가 받기 때문에 어떻게든 성과를 일궈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지도자가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
프로 세계는 이렇게 냉정하고 무서운 곳이다.


최근 프로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린 지도자가 있다.
K리그1 광주FC 이정효 감독이다.
그는 지난해 광주FC를 K리그2에서 1부 리그로 승격시켰다.
올해는 K리그1 파이널A(상위 스플릿)까지 이끌었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은 광주FC의 돌풍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란 듯이 이를 깼다.
결과를 만들어 증명했다.
이 감독이 얼마나 마음속으로 칼을 갈았는지 느껴진다.

지도자가 꾸준한 결과를 만든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이 매우 궁금했다.
실제로 만나서 묻고 싶었다.
개인적인 친분이 없었기 때문에 만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결국 친한 후배에게 부탁해 겨우 만남이 성사됐다.
당시 필자는 궁금한 내용들을 준비해 왔지만, 선뜻 질문을 꺼내지 못했다.
생각보다 긴장이 많이 했다.
시간이 지나 조금 편해진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해줬다.
무엇보다 그의 말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이라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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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의 자신감 원천은 준비에서부터 시작됐다.
즉, 시합에 대한 준비 수준이 상당히 높다.
첫째, 경기 영상 분석을 같이 한다.
이 감독은 분석코치, 분석관과 함께 팀을 이뤄 경기 영상을 분석한다.
장소는 24카페. 각자 따로 테이블에 앉아 영상을 분석하고 편집한다.
한 경기를 위해 경기 영상을 분석하는 절차 및 일정 또한 정해져 있다.
반복행동 루틴이 있다는 의미다.
경기 영상 분석은 이전 리그 경기 영상에서부터 주말에 상대할 팀의 경기 영상, 팀 전술 훈련 영상 등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오후 훈련이 끝난 뒤 저녁 늦게까지 영상을 분석하는 일정, 오전에 가서 오후 훈련 전까지 영상을 분석하는 일정 등이 정해져 있다.

이 감독은 경기 영상을 분석할 때 수비보단 공격에 조금 더 무게를 둔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돌려보며 골을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최종 결정은 분석코치와 분석관과 끊임없는 대화 및 정보 공유를 통해 정해진다.
최적의 전술전략을 설정하게 된다.
가끔 서로에 대한 생각이 달라 언쟁이 높아질 때도 있지만 이 감독은 상당히 건강한 대화라고 말한다.
팀의 감독이 경기 영상을 볼 수는 있지만 직접 영상을 분석하고 편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 감독은 누구보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팀 훈련 프로그램, 전술전략, 선수기용 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다.
시합을 이미 이겨 놓고 시합을 하게 된다.


둘째, 팀 전술전략이 상당히 디테일하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전술전략을 선수들에게 공유하고 팀 훈련을 통해 이를 숙달시킨다.
팀 미팅도 선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15분 이내에 마칠 수 있도록 한다.
광주FC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전술에 대한 다양성, 수비할 때의 형태, 세트피스 전략 등을 보고 한 번쯤은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하려면 선수들에게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지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도자가 선수들에게 뒷 공간 침투를 하라고 말하지만, 정작 어떻게 뒷 공간을 침투할 지에 대해선 가르쳐 주지 않아요.” 이 감독은 예를 들어서 설명해주며 디테일에 대한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이 감독은 “저희 팀 경기를 자세히 보시면 상대 팀 선수가 슈팅을 시도할 때 저희 수비수 몸에 자주 맞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얼마나 디테일하게 지도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광주FC 이으뜸도 이에 대해 동의했다.
“감독님 축구는 확실히 전술적으로 디테일해요. 선수가 생각을 하지 않거나 준비를 하지 않으면 경기를 할 수가 없어요.” K3에 소속된 A 선수의 말은 더 흥미롭다.
“동계훈련 기간에 광주FC랑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어요. 경기 중에 이정효 감독님이 지시를 하면 팀 전술이 기계처럼 변화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요즘 선수들은 지도자의 전술전략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으면 절대 뛰지 않는다.
선수도 지도자를 평가한다.
우리는 광주FC의 경기력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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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이 감독이 만드는 동기부여가 있다.
지도자의 지도 방식이나 리더십 또는 말과 행동은 선수들의 동기 수준에 영향을 준다.
이 감독은 공과 사가 확실하다.
팀 훈련 이외 시간엔 선수들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동네 형이 된다.
단, 팀 훈련에서는 상당히 엄격한 지도자가 된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팀 훈련할 때 집중하지 않으면 멤버가 바뀐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광주FC의 팀 훈련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
실제 이 감독은 리그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선수라도 팀 훈련 태도가 좋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면 전술 이해 및 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사회적 태만(게으름)이 증가되는 선수가 이에 속한다.

이 감독은 팀 훈련이 끝났다고 해서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팀 훈련 종료 후 개인 지도가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따로 모아 1대1 레슨을 진행한다.
상황에 따라 오전 시간을 이용해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한다.
이 감독은 “경기장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하거나 쉬운 것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개인 레슨을 진행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팀 훈련만으로는 개인 기량을 향상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선수 개인 능력을 향상시키고 팀 경기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무엇보다 지도자와 선수 간에 믿음과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정이 드는 것이다.


넷째, 이 감독은 구성원들을 믿고 책임감을 부여한다.
팀의 구성원들에게 정확한 역할 임무를 부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한다.
예를 들면 피지컬 코치가 생리학적으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말하고 요구하는 것을 적극 들어주며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의무 트레이너가 부상 선수의 복귀 시기의 피드백을 전달하면 이를 믿고 다른 대안을 찾는다.
사실 이러한 과정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구성원들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대로 결정하는 감독들이 아주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감독도 있다.
구성원들의 역할 분업화는 소속감과 책임감을 높이게 되고 업무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게 된다.
이 감독이 구성원들을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광주FC 이건희가 울산전 득점 후 인터뷰에서 “우리 팀만큼 좋은 축구를 하는 팀은 없다.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감독님께서 항상 말씀하셔서 다들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지도자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도자의 믿음과 확신은 지도력을 의미한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이 감독을 무시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렵게 지도자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이 감독은 드림이다.
이정효 감독이 꼭 좋은 지도자의 모범 사례가 되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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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상우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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