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시선 뚫은 사자군단… 박진만 감독은 시리면서 푸르렀던 ‘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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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2024시즌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삼성 박진만 감독이 기념 티셔츠를 입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뿌린 대로, 거뒀다.

프로야구 삼성이 3년 만의 가을을 준비한다.
지난 22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전을 승리로 장식하면서 2위 매직넘버를 소멸시켰다.
비록 KIA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막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직행 티켓을 따내면서 2시즌 연속 하위권을 전전했던 아픔을 단번에 씻어냈다.

올해의 삼성을 향한 시선은 따뜻하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의 예측 순위에서 공통적으로 하위권에 포진했다.
바라던 5강 명단에 삼성은 없었다.
2023시즌 8위에 그쳤던 전력에서 뚜렷한 보강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효자 외인 데이비드 뷰캐넌의 재계약까지 불발되면서 외인 라인업마저 물갈이됐다.
물음표가 많은 만큼, 불안감도 컸다.

뚜껑을 연 사자군단은 달랐다.
코너 시볼드-데니 레예스 외인 듀오와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을 앞세운 안정적인 선발진을 중심 삼아 차곡차곡 성적을 쌓았다.
타선의 화끈한 파워도 일품이다.
30홈런 타자로 거듭난 구자욱(33개)을 필두로 김영웅(26개), 이성규(21개), 강민호, 박병호(이상 19개) 등이 연신 담장을 넘겨댔다.
팀 홈런 1위(180개)라는 뜻깊은 기록과 함께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라인업이 구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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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단이 2024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챙기고 마운드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2위를 확정하고 만난 박진만 감독은 여유 있는 미소와 함께 “김지찬, 김재현, 김영웅 등 신진급 선수들의 활약이 참 많았다.
예상하지 못한 성과다.
(김)영웅이가 그렇게 홈런을 쳐낼 줄 누가 알았나”라며 함박웃음과 함께 제자들의 자랑을 늘어놨다.

이어 “(구)자욱이, (강)민호 그리고 중간에 온 (박)병호까지 모두 본인 역할을 했다.
이성규, 윤정빈 같은 선수들도 올해 빛을 받았다.
모든 게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면서 파급효과가 컸다”고 바라봤다.
“중간중간 이탈은 있었지만 선발 로테이션이 꾸준하게 잘 돌아준 것도 크다.
선발들이 잘 던져주는데 감독의 역할이 뭐가 있었겠나”라고 너털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제가 어떤 선택을 잘 내렸다거나, 그런 건 없다.
선수들이 그만큼 준비를 잘해줬다”고 끝까지 손사래를 치며 겸손함을 유지하던 박 감독은 단 하나, 뜨거웠던 삼성의 ‘봄’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오키나와에 차려지는 삼성의 스프링캠프는 박진만 감독이 정식으로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부터 ‘지옥 훈련’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연신 기합을 질러대는 선수들의 유니폼은 털어내기도 힘든 흙이 항상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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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단이 올해 초 열린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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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단이 올해 초 열린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사령탑은 “선수들이 캠프에서 훈련량이 많았다.
많이 뛰고, 땀도 정말 많이 흘렸다.
하위권 평가를 많이 듣다 보니 자극도 많이 받았다.
그 덕에 더 열심히 뛴 것도 있다.
그때 준비한 걸 시즌에서 잘 활용해줬다”며 “그 훈련 덕에 신진급 선수들이 이렇게 올라오지 않았나 싶다.
수비력도 안정감이 많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힘든 훈련을 시킬 때, 주위에서 언제 적 야구를 시키느냐는 말도 들었다.
연습경기에서는 거의 전패를 하면서 욕도 먹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승부욕도 올라왔다”고 웃었다.

기본기에 대한 강조, 밤낮없던 맹훈련의 결실이 8위 팀을 2위 팀으로 변모시켰다.
이제 모든 시선은 삼성의 가을로 쏠린다.
3년 전 PO에서는 두산에 시리즈 2연패로 뼈아픈 업셋을 당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 더 나아가 10년 만의 우승까지 넘보려하는 사자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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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삼성 선수단이 기념 티셔츠를 입고 홈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라이온즈 제공

광주=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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