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화려함 뒤에 잊혀진 ‘관심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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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스포츠부장 |
“파리올림픽을 통해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세계인은 프랑스의 미식, 다양한 문화 유산, 과학 기술을 보게 될 것이다.
”
100년 만에 프랑스로 다시 돌아온 ‘2024 파리하계올림픽’. 그 성대한 막이 지난 27일 올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올림픽을 프랑스 문화와 경제·산업을 홍보하는 장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공언했다.
프랑스의 다채로운 매력을 최대한 뽐내겠다는 것이다.
그의 바람대로 파리올림픽은 개회식부터 정말 화려하고 매력적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센강에서 개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쇼’를 보는 것 같았다.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과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 프랑스의 작가 가스통 르루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물랭루주 공연으로 유명한 ‘프렌치 캉캉’ 유로 댄스 공연이 연달아 펼쳐졌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프랑스가 꺼내든 히든카드는 ‘럭셔리’다.
128년 올림픽 역사상 ‘가장 럭셔리하고, 잘 차려입은 올림픽’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었다.
프랑스에는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있다.
그 중 세계를 호령하는 명품 기업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다.
LVMH는 간판 브랜드 루이비통을 비롯해 쇼메, 벨루티 등 자사 브랜드를 내세워 파리올림픽을 후원하고 있다.
올림픽 메달은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가 디자인했다.
메달 케이스는 루이비통이 만들었고, 수상자들의 목에 걸어줄 메달을 담는 ‘메달 트레이’도 루이비통 작품이다.
개회식 의상 상당수도 디올과 루이비통에서 제작했다.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했던가. 대회 초반부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연이어 나오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그 시작은 개회식때 부터다.
뜻깊은 개회식에서 한국의 국명이 잘못 소개됐다.
그것도 북한과 혼동되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 선수단이 탄 배가 48번째로 입장하자 장내 아나운서가 불어로 먼저 ‘R?publique populaire d?mocratique de core’로 소개했고, 이어 영어로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알렸다.
모두 북한을 지칭하는 말이다.
민감한 두 나라의 관계를 고려하면 대형 사고다.
북한은 153번째로 입장했는데, 나중에 입장한 북한의 국명은 맞게 호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개회식을 마친 뒤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 입장시 국가명을 북한으로 소개한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 사과를 했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직접 사과 전화를 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한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실수를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28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단의 1호 금메달을 딴 오상욱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름을 잘못 기재해 빈축을 샀다.
조직위는 오상욱의 영문 이름 ‘Oh sanguk’을 ‘Oh sangku(오상구)’로 오기했고, 팬들이 댓글로 비판하자 정정했다.
30일 남자 양궁 단체전 시상식에서는 자국 프랑스 국기 게양 실수까지 나왔다.
은메달을 거머쥔 프랑스의 국기가 동메달을 딴 튀르키예 국기보다 아래 게양되는 실수가 발생했다.
게양 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열린 개회식에서는 오륜기가 거꾸로 게양됐다.
올림픽 시작부터 개회식의 꽃 중 하나인 오륜기가 잘못 올라가며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사고를 보고 있자니, 2012년 런던올림픽 국기 소동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북한과 콜롬비아의 여자축구 조별리그 G조 1차전. 몸을 풀던 북한 선수들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북한 선수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인공기가 아닌 태극기가 전광판에 표시됐기 때문이다.
이를 발견한 북한 선수들은 즉시 그라운드를 떠났고, 코칭스태프는 대회 관계자에게 격렬히 항의했다.
후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의 발빠른 대처 능력은 큰 인상을 남겼다.
예술·문화 올림픽을 표방하는 프랑스의 기발한 발상들은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화려함만 강조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잊어버릴 수 있다.
파리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집에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이,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100% 완벽한 성공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누구나 공(功)이 있으면 과(過)가 있기 마련.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고,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사과할 때는 애매하게 하지 말고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하면서 행동 계획까지 밝혀야 효과가 있다.
남은 올림픽 기간 동안 프랑스가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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