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여왕’의 반란… 윔블던 단식 첫 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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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2위 크레이치코바 우승
허리 통증 이겨내고 승승장구
결승서 7위 伊 파올리니 제압
4대 메이저 복식선 7차례 1위
단식 랭킹 10위로 끌어올릴 듯


체코 출신의 여자 테니스 선수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29)는 그간 단식보다는 복식에서 더 두각을 드러낸 선수다.
지난 1일 개막한 2024 윔블던 이전까지 크레이치코바는 단식에서 7회 우승을 차지한 반면 복식에서는 무려 18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그중에는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복식도 포함돼 있고, 4대 메이저대회에서도 여자 복식에서만 7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8년 10월22일에는 여자복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윔블던 여자 복식에선 2018년과 2022년에 우승을 차지한 크레이치코바이지만, 라우라 지그문트(독일)와 함께 합을 맞춘 이번 2024 윔블던에서는 여자 복식에서 8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여자 단식에서 급반전이 찾아왔다.
단식으로는 윔블던에 처음 출전한 2021년 16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던 크레이치코바가 올해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제는 단식 선수라 불러도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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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트로피와 첫 키스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2024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맞춤하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런던=신화통신연합뉴스
크레이치코바는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2024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자스민 파올리니(세계랭킹 7위·이탈리아)를 2-1(6-2 2-6 6-4)로 물리쳤다.
크레이치코바의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우승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1년 프랑스오픈에서 크레이치코바는 단식과 복식을 모두 휩쓰는 쾌거를 이뤘다.

사실 허리 부상으로 크레이치코바는 올 시즌 출전한 모든 대회의 단식에서 8강 너머에는 올라서지 못했다.
자연히 이번 윔블던에서도 복식에선 우승이 가능할지 몰라도 단식에서는 전혀 기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허리 통증을 이겨내며 이번 윔블던 단식에서 승승장구한 크레이치코바는 4강에서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히던 엘레나 리바키나(4위·카자흐스탄)를 2-1로 제압하더니 직전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 준우승자 파올리니까지 돌려세웠다.

현재 단식 세계랭킹 32위인 크레이치코바는 다음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10위 정도로 대폭 순위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크레이치코바는 2022년 2월28일 발표된 단식 세계랭킹에서 2위에 오른 게 커리어 최고다.
반면 파올리니는 2016년 세리나 윌리엄스(은퇴·미국) 이후 처음으로 한 해에 열린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결승에 모두 진출하는 기록을 썼지만 끝내 우승 트로피는 들지 못했다.

경기 뒤 크레이치코바는 우승의 공을 체코의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이자 스승인 야나 노보트나에게 돌렸다.
노보트나는 1998년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을 비롯해 복식에서는 메이저대회 우승 타이틀을 9회나 갖고 있는 선수다.
크레이치코바는 “그날, 노보트나 코치님의 문을 두드린 순간이 내 인생을 바꾼 것 같다”면서 “당시엔 주니어 선수생활이 끝나갈 때였는데 프로선수를 계속해야 할지, 아니면 공부해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노보트나 코치님은 내가 잠재력이 있으니 꼭 프로로 뛰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렇게 노보트나는 크레이치코바의 코치가 됐다.
이후 크레이치코바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데뷔 시즌인 2014년 복식 결승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첫 복식 타이틀을 따냈다.
크레이치코바의 인생의 선배이자 친구로서 많은 조언을 해주던 노보트나는 2017년 암 투병 끝에 49세의 이른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슬퍼하던 크레이치코바에게 노보트나는 “나가서 테니스를 즐기고,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크레이치코바는 “코치님은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면서 “2021년 파리(프랑스오픈)에서 그 꿈을 이뤘다.
이어 코치님이 1998년 우승하신 윔블던에서 코치님과 같은 트로피를 차지하게 된 건 믿을 수 없는 순간”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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