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의 인생 후반전] "사명이라고 생각해요"...최순호 단장이 이루고 싶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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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수원FC 단장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롤모델이 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어요.”

선수부터 지도자, 행정가에 이르기까지. 축구와 인생을 함께 보내고 있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의 시계는 매일 바쁘게 움직인다.
유니폼을 벗은 지 30여 년이 흘렀지만 마음가짐은 여전히 현역이다.
‘사명감’을 마음에 새기고 현장을 누빈다.

◆아시아의 호랑이

고교 시절부터 남다른 재능을 뽐냈다.
2학년 때 이미 포항제철실업축구단(포항 스틸러스 전신) 입단이 확정됐을 정도. 최 단장은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자신감이 엄청났다.
이미 2학년 말부터 대학팀, 실업팀과 연습 경기에서 원하는 대로 경기를 했었다”면서 “1학년부터 공격수를 맡았고 1982년까지 타깃형 스트라이커였다.
이후에는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졌다.
당시 포항제철 한홍기 감독님이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의 비디오를 보여준 것이 큰 계기가 됐다.
움직임도 다양해지고 패스도 많아지면서 경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최 단장은 1983년 프로축구 출범을 함께했다.
그는 “연봉의 차이가 컸다.
프로 때 받았던 월급이 실업 시절 연봉보다 많았다”고 웃었다.
최 단장은 출범 원년인 1983년부터 1991년까지 포항제철과 럭키금성(FC서울 전신)에 몸담으며 K리그의 태동을 알렸다.
그 결과 지난해 K리그 명예의 전당에 1세대 헌액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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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수원FC 단장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국가대표로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선 32년 만의 본선 무대를 밟는 데 앞장섰다.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화끈한 중거리 슛은 아직 회자가 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월드컵 통산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이름을 날렸다.

자연스럽게 유럽 무대의 관심을 받았다.
최 단장은 “(유럽에서) 관심은 많았다.
포르투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얘기가 있던 거로 안다.
포르투갈 팀에선 제의가 있었다”면서 “유벤투스(이탈리아)의 관심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나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병역 혜택을 받으면 5년 동안 국내 무대에서 뛰어야 했다.
유럽으로 나가기 쉽지 않았다.
아쉬움은 없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가졌다”고 밝혔다.

◆박태준 회장과 인연

고(故) 박태준 포스코 전 명예회장은 최 단장과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박 회장은 최 단장을 각별히 아꼈다.
그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고 그다음에 성과를 내라고 하시는 성향이다.
모든 일에 있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포항 스틸러스도 그런 배경으로 만들어졌다”고 돌아봤다.

축구에 남다른 사랑을 자랑한 박 회장은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최 단장은 “1982년 기억이 많이 난다.
그때 우리는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했지만 오히려 기억은 뚜렷하다.
포항제철에서 월드컵을 참관할 기회를 줬다.
엄청난 일이다.
박 회장님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면서 월드컵의 기운을 몸으로 느꼈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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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수원FC 단장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이어 최 단장은 “모든 일에 열정을 가지는 모습을 봤다.
환경을 만들어주고 성과를 못 내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박 회장님이 ‘일본이 앞으로 축구를 잘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문화가 있다.
우리가 지지 않으려면 시스템과 환경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부탁을 하셨다.
어디서든 일을 할 때 기초를 다지려고 한다.
그분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3년 수원FC 단장직을 맡을 때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쳤다.
박 회장의 영향이 크다.
최 단장은 “수원FC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출 수 있게 계속 나아가야 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축구의 사회적인 면이 있고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할 과제가 있다.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박 회장님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힘줘 말했다.

◆유소년을 향한 관심

1992년 은퇴 후엔 포항 스틸러스, 울산현대미포조선, 강원FC 감독을 거쳤다.
포항 감독 시절인 2003년에는 K리그 최초로 클럽 유스 시스템을 도입해 기틀을 마련했다.
프로팀 사령탑을 지내다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 속한 울산현대미포조선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포항에서 감독을 그만두고 1년을 쉬었다.
울산현대미포조선에 아는 선배님이 단장으로 계셨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사명이라고도 생각했다.
지도자 생활을 돌아보면 가장 행복하고 재미있던 시절”이라고 돌아봤다.

행정가로도 많은 길을 걸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FC서울 미래기획단 단장,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포항 유스 총괄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행정가로서 유스에 유독 많은 관심을 쏟았다.
그는 “한국 축구 대부로 불리는 고(故) 김용식 선생님부터 시작해 실력은 뛰어나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분이 계신다.
그때 ‘지금 정도의 환경이 돼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유스에 대해선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소질이 분명히 있다.
어릴 때부터 관리를 잘하면 좋은 선수들이 충분히 많이 나올 수 있다.
시스템이 아직은 잘 갖춰지지 않았는데 틀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
그 다음에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최 단장은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같은 개념이다.
축구를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 아이들한테 좋은 시스템에서 훌륭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세계에서 겨룰 수 있다.
일본이 환경을 잘 만들어서 발전하고 있다.
우리가 시스템과 내용을 잘 갖춰놓으면 일본을 충분히 앞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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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 수원FC 단장이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시민구단이 살아남는 길

최 단장은 2년째 시민구단을 이끌고 있다.
기업구단과 비교해 규모의 차이가 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힘들고 어려운 것은 없다.
가지고 있는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구단이든, 시민구단이든 정확한 예산의 규모를 책정하고 그 안에서 성장하려고 애써야 한다”면서 “틀을 명확히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견고하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상황을 잘 버텨서 시간이 흐르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수원FC는 이승우를 비롯해 권경원, 윤빛가람, 손준호 등 전·현직 국가대표들이 함께한다.
최 단장은 “지금은 김은중 감독이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
수원FC가 그동안 공격 축구를 강조했는데 지금은 안정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감독이 리더십을 발휘해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감독이 잘 해주니 무난하게 시즌을 치르는 중이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14일 손준호의 영입은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에 구금됐다가 1년여 만에 풀려난 손준호가 친정팀 전북 현대와 협상이 틀어지자 재빠르게 움직여 그를 품었다.
최 단장은 “포항에서 같이 했던 선수다.
인성을 높게 평가했다.
어떤 부분을 얘기하면 곧바로 이행하는 선수다.
감독과 선수로서 관계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단장으로서, 축구인 최순호로서 꿈을 가지고 있다.
최 단장은 마음속에 간직한 소중한 꿈을 꺼냈다.
그는 “남은 축구 인생에서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수원FC가 어디에 내놔도 괜찮은 팀을 만들고 싶다.
다른 곳에서도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축구팀을 만들어보고 싶다.
시스템도 잘 갖추고 내실도 탄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끝으로 최 단장은 “마음 깊숙한 곳에는 어린아이들을 가르쳐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10세에서 16세 사이의 연령대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에게 축구선수로서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정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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