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서 ‘성공 신화’ 김판곤 감독의 눈은 여전히 고국을 향한다 “한국 축구 안타까워…언젠가 K리그에서 싸우고 싶다” [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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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몸은 말레이시아에 있지만 김판곤(55) 감독의 마음은 늘 한국을 향해 있다.

김 감독은 지난 2022년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후 2년 넘게 지휘봉을 잡으며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김 감독 체제에서 말레이시아는 처음으로 성적을 통해 아시안컵 본선에 진출했고,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무승부를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부임 당시 155위에서 135위로 끌어 올렸다.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아쉽게 탈락하긴 했지만, 오만, 키르기스스탄과 치열하게 싸우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의심의 여지 없이 김 감독 부임 후 달라진 모습이다.

김 감독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약 2주간 휴식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5일 서울 용산구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김 감독은 “2년이 넘는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
부임 당시에는 현지에서 아무도 나를 몰라 봤지만 지금은 길거리를 다니면 정말 많은 사람이 알아 본다.
큰 변화가 있다”라며 “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중요한 대회, 일정에서 선수 차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핵심 선수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더 아쉽다”라고 돌아봤다.

말레이시아는 같은 동남아시아의 베트남이나 태국, 인도네시아보다 국가 규모가 작아 인적 자원도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도 동남아 4강 자리를 지키며 도약하고 있다.
김 감독은 과거 K리그와 홍콩 대표팀 감독으로 일할 때와 대한축구협회에서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기술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말레이시아를 업그레이드시켰다.

김 감독은 “나도 동남아시아에 있지만 정말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지만 나와 우리 코치진 시스템, 축구 철학 등이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팀이 발전하고 있다.
거기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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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3차 예선에는 아쉽게 나서지 못하지만 말레이시아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인 아세안 챔피언십(미츠비시컵)이 있고, 다음 해에는 아시안컵 예선도 치러야 한다.

김 감독은 “기본적으로 미츠비시컵 4강에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만만치 않은 팀이 있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
말레이시아도 축구 열기가 정말 뜨겁다.
우리가 아시안컵에서 한국과 비겼을 때 말레이시아에서는 정말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다시 한번 뜨겁게 달구고 싶다.
2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국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은 5개월이 넘도록 새 감독을 선임하지 못하다 국내 지도자인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졸속 행정 속 표류하는 가운데 이제서야 새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김 감독이 협회 요직에 앉아 진두지휘하며 원활하게 돌아가던 시절과는 180도 달라졌다.
협회 조직 자체가 와해하고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김 감독은 “내가 협회 상황에 관해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확실한 것은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시점에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내가 제시했던 방향성이나 시스템이 무너지는 게 가장 아쉽다”며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한국 축구를 늘 응원하고 있다.
잘될 것이고 잘 돼야 한다”는 메시지도 남겼다.

K리그 경기도 늘 관찰하며 언젠가는 돌아갈 무대로 규정한다.
그는 “K리그도 확실히 더 전략적이고 재미있어졌다”면서 “최근에는 특히 광주 경기를 흥미롭게 본다.
이정효 감독은 정말 능력있는 지도자다.
올해 위기도 있지만 분명 K리그에서 현대 축구에 가장 근접한 경기 모델을 구사한다고 본다.
내가 추구하는 축구와도 맞닿아 있다.
인터뷰에 관해 말이 많지만 나는 그것도 마음에 든다.
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나도 언젠가는 K리그로 돌아가 젊고 능력 있는 지도자들과 경쟁하며 싸우고 싶다.
지금은 말레이시아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 클럽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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