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통찰 속 정몽규 회장 지지…홍명보, 밤샘 고민 끝 위기의 A대표팀 지휘봉 다시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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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축구국가대표팀 사령탑 홍명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대표팀 사령탑직을 공개적으로 거절하고, 대한축구협회(KFA) 감독 선임 프로세스에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KFA는 자신들을 저격한 홍명보 감독이 난파선으로 비유하는 A대표팀 사령탑에 꼭 필요한 리더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도 마찬가지.
다수 비판 속 시행착오를 거친 KFA의 ‘진심 어린 제안’을 받은 홍 감독은 더는 나 몰라라 하지 못했다.
선수부터 지도자 생활까지 아시아 축구의 아이콘으로 지낸 그는 심사숙고 끝 축구 인생을 걸고 ‘특급 소방수’로 A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는다.
KFA는 7일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울산HD 사령탑인 홍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3~2014년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한 홍 감독은 10년 만에 다시 최상위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뒤 5개월 만에 앉은 새 수장이다.
감독 선임 작업을 마무리한 KFA 이임생 기술이사 겸 기술발전위원장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홍 감독 선임에 관한 브리핑을 연다.
홍 감독은 지난 5일 수원FC와 K리그1 21라운드 원정 경기를 마친 뒤 이임생 위원장으로부터 제안 받았다.
밤을 지새우며 고민을 거듭했다.
구단과도 긴밀하게 상의했다.
거스를 수 없는 운명임을 직감했다.
흔들리는 한국 축구를 다잡기 위한 KFA의 선택에 울산 구단주를 겸하는 권오갑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도 오케이사인을 보냈다.
홍 감독은 6일 오후 수락 의사를 전했다.
KFA와는 7일 오전 마지막 교감을 나눴다.
더는 감독 선임 을 지체할 수 없던 KFA는 이날 오후 2시9분 출입기자단에 홍 감독 내정을 발표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 등 선수 시절부터 슈퍼스타로 활약한 홍 감독은 지도자로도 2009 이집트 U-20 월드컵 8강,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 등을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고 KFA의 소방수 제안을 받아들였다가 조별리그에서 탈락, 지도자로 첫 실패를 맛봤다.
2017~2020년 KFA 전무이사직을 수행, 행정가로 시야를 넓혔다.
그리고 2021년 말 울산 지휘봉을 잡고 현장에 돌아왔다.
성공과 실패 경험을 두루 녹인 그는 성숙한 지도력으로 울산을 K리그1 2연패로 이끌었다.
지도자로 재기에 성공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물러난 뒤 감독 선임 작업에 나선 KFA 전력강화위원회는 정해성 위원장을 중심으로 제시 마시 등 외인 후보를 우선 접촉했으나 여의찮았다.
예산 부족 등 현실적 문제를 비롯해 내분 문제까지 불거진 A대표팀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장기적 선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때마다 1순위로 나온 이름이 홍 감독이다.
울산을 성공적으로 이끌던 홍 감독은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불편해했다.
특히 최근 정 위원장이 홍 감독을 1순위로 정리, 보고하는 과정에서 KFA 고위 층과 불협화음이 생겨 사임한 사건에 격노했다.
또 홍 감독을 견제하는 일부 세력이 한국 축구 비전과 관계없이 특정 외인 지도자를 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전력강화위 무용론까지 대두했다.
KFA 정몽규 회장은 이런 현상과 비판 여론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정 위원장을 대신해 감독 선임 작업을 맡긴 이임생 위원장에게 권한을 위임하면서 최종 견해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이임생 위원장은 유럽 출장을 떠나 다비드 바그너, 거스 포옛 등 후보 면접을 마치고 귀국한 뒤 앞서 높은 평가를 받은 홍 감독이 대표팀 현실에 가장 적합한 지도자라고 정리했다.
‘국내 후보 1순위’로 평가받은 홍 감독은 유럽을 다녀온 이 위원장의 면접을 거절하는 등 완고한 뜻을 지속했다.
그러나 KFA에서 그간 문제로 떠오른 프로세스를 인정하고, 삼고초려로 진심을 담았다.
이렇게 대화의 장이 다시 열렸고, 한국 축구의 운명은 홍 감독에게 다시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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