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1557번의 만남 ‘특종에 강한 1등 신문’ 아이덴티티 더 깊이있게 담는다…스포츠서울 39년 만의 변신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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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1985년 6월22일 토요일. 당시 서울시청 소속이던 박종환 축구팀 감독이 돌연 프로행을 결심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 등 국내에서 치르는 첫 번째 메가 스포츠이벤트까지는 아마추어 축구계를 지킬 것 같던 박 감독의 프로행 선언은 그 자체로 뉴스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해 프로·아마를 총망라한 이른바 ‘드림팀’으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박 감독은 프로 창단팀으로 둥지를 옮겨 ‘필드 조련’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소식은 박 감독의 인터뷰와 함께 국내 최초의 전면 가로쓰기로 제작한 ‘스포츠서울 창간호’ 1면을 장식했다.
◇세상을 바꾼 ‘특종에 강한 1등신문’
스포츠서울이 세상에 등장한 뒤 신문 패러다임이 크게 변했다.
가로쓰기가 시대적 흐름이 됐고, 1면을 포함해 컬러지면으로 ‘시각화’에도 앞장섰다.
젊은 세대를 위해 한글표기를 시작해 2000년대 후반까지 ‘대학생이 가장 신뢰하는 신문 1위’로 꼽히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포장만 화려한 게 아니다.
‘특종에 강한 1등신문’은 스포츠서울의 아이덴티티를 한 마디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국보’ 선동열(당시 해태)의 일본진출 선언 후 모든 매체가 요미우리 이적을 앞다퉈 보도할 때 ‘주니치와 2년 총액 42억원에 계약한다’는 소식을 1995년 12월20일 1면 단독기사로 보도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팀인 요미우리가 아닌 주니치에 입단한다는 소식은 트레이드머니와 계약금, 연봉과 인센티브 등 세부 계약사항에 주택임차료, 통역, 자동차 등 구단이 준비한 각종 혜택까지 꼼꼼히 취재해 아직도 한국 야구사에서 손꼽히는 ‘특종’으로 불린다.
2005년 9월1일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결혼 소식이나 2011년 4월22일 서태지-이지아 이혼 특종보도는 스포츠서울이 왜 ‘특종에 강한 1등신문’으로 불리는지 증명한 대표적인 사례다.
◇읽는 신문에서 보는 지면으로
감각적인 편집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1990년대에는 스포츠와 연예를 각각 1면으로 배치해 앞·뒤를 모두 1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대 최고 스타인 배우 장동건 등이 TV CF에 출연할 만큼 국민적 사랑을 받은 이유다.
특히 국제대회에서 태극전사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 양면을 하나로 편집하는 브릿지 편집을 과감히 적용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온 국민을 ‘붉은 악마’로 만든 2002 한·일월드컵이나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의 ‘퍼펙트 금메달’을 따낸 2008 베이징 올림픽 등은 브릿지 편집을 통해 읽는 신문을 뛰어넘어 ‘보는 지면’으로 개념을 바꿔 놓았다.
월드컵 열기가 채 식지 않은 2002년 8월28일에는 ‘코미디 황제’ 이주일이 타계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는데, 그의 유행어를 차용해 ‘못일어나서 죄송합니다’를 1면 제목으로 뽑고, 환하게 웃는 고인의 모습을 담아 애도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10월4일에는 LG트윈스가 29년 만에 KBO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는 소식을 LG 경기가 없는데다 아시안게임 기간인데도 1면에 전격 배치해 이른바 ‘신문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양산업으로 평가받던 스포츠 신문의 굿즈(Goods)화 가능성을 연 기념비적인 날로,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차지해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이룬 2023년 11월14일 신문마저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스포츠서울의 가치를 대변하는 ‘서울가요대상’에서도 2018년과 2019년 연속 대상을 차지한 방탄소년단(BTS)이 자연스러운 포즈와 감사인사로 1면을 장식해 수많은 아미(팬클럽)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크기는 줄지만 깊이 더한 재도약
39년간 1만 1557차례 독자들과 만난 스포츠서울은 28일을 끝으로 큰 변화를 시도한다.
‘대판’으로 불리는 기존 신문크기(가로 391㎜, 세로 545㎜)는 들고다니며 읽는 신문을 ‘댁내 미디어활동’으로 전락시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수용자 조사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많은 구독자가 “신문은 사이즈가 커서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얘기를 했다.
신문 본연의 가치와 기능은 소지가 간편한 대표적 모바일(mobile)이자 휴대용(portable) 미디어인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인터넷 발달 등으로 경쟁력을 읽었다.
때문에 스포츠서울은 불혹을 앞두고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등이 채택한 베를리너판(가로 323㎜, 세로 470㎜)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크기는 줄지만 깊이를 더할 수 있고, 무엇보다 신문을 쫙 펼쳐도 시선 이동 범위가 작아 눈이 덜 피로하다.
반으로 접으면 A4사이즈 정도이므로 휴대도 간편하고, 가독성도 빼어나 인체공학적 판형으로 평가된다.
특종에 강하고, 젊은 감각을 잃지 않는 스포츠서울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더 깊고 세밀하게 전달하기 위한 변신은 다음 세대와도 호흡하겠다는 철학을 담은 선택이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생생한 스포츠·연예계 소식을 담아 ‘소유욕’을 자극할 베를리너판 스포츠서울의 재도약에도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과 깊은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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