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모두가 꿈꿨던 ‘야구는 이종범’ 김도영이 이룬다 [창간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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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이라 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렇다.
KBO리그 역사에서 선동열만큼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었다.
이승엽만큼 홈런 신드룸을 일으킨 타자 또한 없었다.
그리고 이종범처럼 공수주 모두에서 최고인 선수 또한 없었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이 문장이 바뀔 수 있다.
올해 KIA 3년차 신예 김도영(21)의 모습이 그렇다.
과거 이종범이 타이거즈 ‘검빨‘ 유니폼을 입고 보여줬던 임팩트를 김도영이 재현한다.
그야말로 잘 뛰고 잘 잡고 잘 친다.
스피드는 타고났다.
광주동성고 시절부터 주루에 있어서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남겼다.
오른손 타자인데 홈에서 1루까지 3.8초 만에 도달한다.
조재영 작전 주루 코치는 “가속이 붙는 구간이 보통 선수와 다르다.
보통 선수보다 가속이 훨씬 빨리 붙는다”며 “직접 본 선수 중 이 정도로 가속이 빨리 붙는 선수는 김혜성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도영은 20일까지 도루 22개를 기록했다.
실패는 2개뿐. 도루 성공률도 91.7%로 높다.
과제는 타격이었다.
2년차인 지난해 이미 타율 0.303을 기록했으나 여기서 끝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타구 속도에 비해 장타가 안 나왔다.
타구 속도는 나성범과 함께 우리 팀 최고 수준인데 장타율에서 나성범과 차이가 컸다”며 “캠프부터 작은 부분을 수정했다.
턴 동작에 변화를 주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과정을 달리하니 결과도 달라졌다.
홍세완 타격 코치는 “캠프부터 감독님과 함께 도영이에게 중심 이동과 하체, 그리고 공 밑부분을 치는 것을 강조했다”며 “사실 복잡해지면 어려울 수 있어서 도영이에게는 그냥 외야 플라이 친다는 느낌으로 훈련하자고 했다.
그러면 분명 타구 비거리가 좋아질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지난 2년 동안 기록한 홈런 숫자를 훌쩍 뛰어넘었다.
1년차에 3개, 2년차에 7개에 불과했던 홈런이 올해는 18개다.
페넌트레이스 반환점을 도는 시점임을 고려하면 30개 아치를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3년차에 3할 타율·30홈런·30도루도 이룰 수 있다.
KBO리그 역사에 6명(1997년 이종범·1999년 이병규·1999년 데이비스·1999년 홍현우·2000년 박재홍·2015년 테임즈) 밖에 없는 진기록을 도전하는 김도영이다.
김도영이 머릿속에 그린 자기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김도영은 “처음 야구할 때 눈에 먼저 들어온 선수가 김주찬 선배님이었다.
김주찬 선배님이 장타치고 도루하시는 게 정말 멋져 보였다.
김주찬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호타준족 스타일의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각을 다르게 갖는 게 결과를 내는 데 있어 정말 큰 것 같다.
부상으로 캠프 초반부터 제대로 타격 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감독님과 코치님이 방향을 잘 잡아주셨다.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면서 차근차근 훈련에 임했다.
어느 순간부터 상상만 했던 홈런이 나오더라. 지금 돌아봐도 신기한 장면이 몇 개 있다”고 미소 지었다.
김도영이 꼽은 장면 중 하나는 지난 6일 광주 롯데전이다.
당시 김도영은 롯데 필승조 전미르의 커브를 공략해 좌측 담장에 큰 아치를 그렸다.
볼카운트 2-2에서 몸쪽으로 파고든 커브를 홈런으로 연결했다.
4-4 동점포를 쏘아 올렸고 이날 KIA는 5-4로 승리했다.
“어떻게 해야 커브 같은 변화구를 장타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변화구 치는 훈련을 따로 하기도 했다”고 말한 김도영은 “훈련한 결과가 갑자기 나와서 나도 놀랐다.
생각하고 친 것은 아니고 몸이 반응했다.
따로 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다.
프로 지명부터 그랬다.
2022 신인 드래프트 KIA 1차 지명 대상으로 문동주와 나란히 거론됐다.
KIA의 선택은 김도영. 그러나 문동주가 지난해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며 조금 더 빠르게 두각을 드러냈다.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없었기에 김도영에게는 더 아쉬운 순간이었다.
김도영은 “이제는 괜찮다.
예전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은 내 야구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나도 동주도 잘하는 게 리그와 한국 야구에 가장 좋은 것 아니겠나. 사실 동주가 던지는 모습은 꾸준히 보고 있다.
또래 선수들이 활약하는 게 동기부여가 된다.
지금은 동주와 함께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이미 센세이션이다.
선두를 질주하는 KIA가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다.
홈구장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벌써 16차례 매진. 한시즌 최다 매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관중석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유니폼은 당연히 5번 김도영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가 된 김도영은 “정말 감사드린다.
지난 2년 동안에도 KIA 팬분들의 뜨거운 응원을 경험했는데 올해는 훨씬 더 뜨거운 것 같다”며 “많은 분께서 이종범 선배님에 대한 말씀을 하신다.
그 기대 잘 알고 있다.
주전 선수로서 책임감을 갖고 야구하겠다.
2017년 잠실에서 우승할 때 TV로 보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었던 기억이 난다.
다시 그런 멋진 추억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매년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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