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3김’도 실패한 ‘명장들의 무덤‘ 한화...‘네 번째 김‘ 김경문 감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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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는 2000년대 들어 KBO리그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들의 무덤이었다.
1999년 제 4대 사령탑이었던 이희수 감독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한화에겐 한국시리즈 우승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다.
커리어가 굵직한 감독들이 한화를 지휘했지만, 이름값으로만 보면 ‘3김’이 세 손가락에 꼽힌다.

첫 ‘김’은 2005시즌부터 한화를 지휘한 김인식 감독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의 신인 시즌이었던 2006시즌 한화를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지만, 삼성에게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화 구단 역사상 마지막 한국시리즈였다.
김인식 감독은 2009시즌 중도에 물러났다.

2013시즌을 앞두고는 해태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9회, 삼성에서 한국시리즈 1회 등 역대 KBO리그 최다인 10회 우승의 타이틀을 보유한 ‘코끼리’ 김응용 감독을 사령탑으로 모셔왔다.
두 번째 ‘김’이었다.
그러나 천하의 김응용 감독마저 한화를 바꾸진 못하고, 2013시즌, 2014시즌 모두 9위에 그친 뒤 물러났다.

김응용 감독이 물러난 뒤에 세 번째 ‘김’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야신’이란 별명으로 SK 왕조를 일궈냈던 김성근 감독이 2015시즌부터 한화를 지휘했다.
한화 구단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며 많은 대어급, 준척급 FA를 안겼지만, 김성근 감독마저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끌진 못했다.
2015시즌 6위, 2016시즌 7위에 그친 뒤 2017시즌이 진행 중이던 5월 감독직을 내려놓았다.
천하의 야신에겐 감독 커리어 역사상 최악으로 남아있는 게 한화 시절이다.

‘3김’은 한화 사령탑을 끝으로 프로에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명장들의 무덤인 한화에 네 번째 ‘김’이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다.
‘신뢰와 뚝심’으로 유명한 김경문(65) 감독이 2일 한화를 이끌 새 사령탑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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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은 1982년 OB베어스(현 두산)의 창단 멤버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선수로는 그리 큰 빛을 보지 못했다.
빠르게 현역 생활을 마치고 만 36세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 배터리 코치를 거친 김경문 감독은 1998년 친정팀 OB의 배터리 코치로 옮겼고, 2003년 11월부터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은 자신만의 뚝심과 선수를 보는 눈으로 유명했다.
고교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타격재능은 뛰어났지만, 수비와 주루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조차 받지 못한 김현수(현 LG)를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기용했다.
김경문 감독의 뚝심 덕에 김현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교타자로 성장했다.
손시헌(현 SSG 랜더스 2군 감독), 이종욱(현 NC 다이노스 코치), 고영민(현 롯데 자이언츠 코치) 등 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원석을 가려내 팀의 주축으로 만든 이도 김경문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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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은 김경문 감독을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명장 중 하나로 올려놓은 대회였다.
당시 한국은 아마야구 최강 쿠바, 일본 등을 따돌리며 9전 전승으로 사상 첫 금메달 신화를 썼다.
여기에서도 김경문 감독의 뚝심은 빛났다.
대표적인 예가 이승엽 두산 감독이다.
올림픽 내내 부진했던 ‘국민타자’ 이승엽을 끝까지 4번 타자로 밀어붙였고, 야구팬들로부터 ‘오푼신’(타율이 오푼이란 조롱 의미)으로 손가락질받던 이승엽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2-2로 맞선 8회 극적인 투런포를 터뜨리며 한국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은 2011년 제9구단으로 창단한 신생팀 NC의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에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뚝심의 야구 스타일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투수로 뽑았던 간판스타 나성범(현 KIA 타이거즈)을 눈여겨보다가 타자 전향을 밀어붙여 성공했고, 수비가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박민우를 주전 2루수로 낙점해 최고 스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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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화려한 감독 생활을 했던 김경문 감독에겐 약점이 딱 하나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두산 시절엔 8시즌을 지휘하며 6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고, 2005년과 2007년, 2008년엔 한국시리즈 무대도 밟았다.
그러나 2005년엔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삼성에 패퇴했고, 2007년과 2008년엔 김성근 감독의 SK에게 모두 무릎을 꿇었다.
NC 감독으로도 2016년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친정팀인 두산에게 밀려 또 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산과 NC는 김경문 감독이 잘 다져놓은 토양을 딛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KS 우승의 과실을 따냈지만, 정작 김경문 감독은 우승의 현장을 함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김경문 감독에겐 ‘단기전에는 승부사적인 기질이 약하다’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2018시즌 중도 경질로 NC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야인으로 물러난 김경문 감독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의 야구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야구에서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했다.
베이징 신화를 이끈 김경문 감독이 올림픽 2연패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동메달조차 따내지 못한 철저한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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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잊혀진 지도자가 되는 듯 했던 김경문 감독은 오랜 기다림 끝에 한화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인생 마지막 꿈인 김경문 감독과 마찬가지로 한화 역시 우승에 목말라있다.

다만 한화의 지금 전력이 당장 한국시리즈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김경문 감독 역시 그간의 커리어를 보면 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승률이 떨어지는 대신 리빌딩 상황에 놓여있는 팀의 전력을 정상화시켜 5강급으로 올려놓는 데 특화되어 있다.
과연 김경문 감독이 특유의 카리스마와 신뢰, 뚝심을 앞세워 한화의 재건을 이뤄낼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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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의 급선무는 선수단에 깊게 스며든 패배 의식을 지우는 것이다.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안치홍을 FA로 데려왔고,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12년 만에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까지 선수단에 합류하면서 유력한 5강 후보로 거론됐다.
실제로 시즌 초반 8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선발 투수들의 줄부상 및 부진, 타선의 집단 슬럼프가 겹치며 무너졌다.
최하위까지 떨어진 한화는 최원호 전 감독이 풀타임 첫 시즌도 버텨내지 못하고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한화 그룹은 부진의 원인을 중심축에서 찾았다.
팀을 뚝심 있게 이끌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오랜 기간 프로야구를 떠나있던 김경문 감독에게 러브콜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이후 프로야구 현장을 떠나있던 김경문 감독이 빠르게 현장감을 ?찾아 명장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화에서 앞선 ‘3김’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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