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냐, 엔스냐’ 갈림길 선 LG… 염갈량은 ‘더 어려운 고민’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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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왼쪽)와 디트릭 엔스가 마운드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오히려 힘겨운 선택이 되길 바란다.

프로야구 LG는 2023시즌 통합우승과 함께 ‘왕조 구축’을 천명했다.
지난해의 뛰어난 투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돌부리가 그들을 막아선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퍼포먼스로 교체 위기에 빠진 외인 투수 디트릭 엔스와 케이시 켈리의 외인 원투펀치에 대한 고민이다.

엔스는 LG가 야심차게 영입한 뉴 페이스다.
2012 미국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에서 뉴욕 양키스에 지명 받은 엔스는 2017년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이후 통산 11경기(1선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42 등을 남겼다.
2022년부터는 일본프로야구(NPB) 세이부 라이온즈 소속으로 2년간 11승17패 평균자책점 3.62를 찍었다.
LG는 150㎞를 넘나드는 강력한 패스트볼 구위와 아시아 무대 적응도 등을 고려해 엔스를 1선발로 낙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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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엔스가 이닝을 마치고 세리머니 하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켈리는 말할 것도 없는 LG표 ‘효자 외인’이다.
2019년 KBO리그를 노크해 벌써 6년째 동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144경기 출전해 68승 38패 평균자책점 3.08(875⅔이닝 300자책점) 684탈삼진을 기록한 백전노장이다.
매 시즌 최고 외인 투수 후보에 빼먹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예상 못한 부진을 이겨낸 끝에 기다리던 통합우승까지 함께 일궈 기쁨을 만끽했다.

에이스 칭호를 얻어야 할 엔스, 노쇠화 평가를 이겨내야 할 켈리는 각자의 다짐을 품고 중요한 시즌을 시작했다.
녹록지 않았다.
엔스는 4월 펼친 5경기에서 단 1승을 거두는 가운데 평균자책점 7.20으로 부진했다.
5월 들어서도 퐁당퐁당 호투와 부진을 거듭하기도 했다.
켈리는 4월 말부터 무너지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개인 최다 실점인 8실점 경기(21일 한화전)가 나오는 등 대량 실점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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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켈리가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LG가 외인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배경이다.
이미 차명석 LG 단장이 미국으로 출국해 대체 후보를 추리는 중이다.
염경엽 감독은 “일단 둘 중 한 명은 바꾸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고민을 인정했다.
두 외인의 생존 경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려운 문제다.
심지어 사령탑이 양자택일을 공식화한 후, 두 선수 모두 보란듯이 살아났다.
켈리와 엔스 모두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행진으로 무력 시위에 나섰다.

염 감독은 둘 모두 함께 갈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도, 나도 모른다.
지금 막상막하로 가고 있다”며 껄껄 웃었다.
이어 “사실 언론을 이용해 일부러 경쟁을 붙였다.
이게 내가 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였다.
그 수로 둘 다 살면 본인들한테도 좋고 나한테도 당연히 좋은 것 아닌가. 마지막 자극을 줘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했다”는 설명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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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염경엽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며 밝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LG트윈스 제공

물론 결정된 것은 없다.
사령탑은 “일단 둘 모두 회복세에 있다는 건, 미국에서 추리는 후보들의 레벨도 높아진다는 의미다.
당장의 둘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선수를 찾아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둘 다 잘해서 살아남는 거다.
나도 그걸 바란다.
새 선수를 데려오면 입국, 취업 비자 등 절차를 고려할 때 출전까지 최소 3주는 걸린다.
그 기간에 무조건 대체 선발들이 투입돼야만 한다.
둘 다 잘하면 그런 걱정도 사라지는 것”이라며 계산이 서는 야구를 향한 희망을 피력했다.

엔스와 켈리라는 갈림길에 섰지만, 오히려 이 고민이 더 어려워지길 원하는 셈이다.
최원태-임찬규-손주영의 토종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외인 원투펀치까지 살아난다면 LG는 큰 골칫거리를 지운다.
염 감독의 충격요법, 그 결과가 서서히 결말을 향해 간다.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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