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꿈’이 되어준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그 꿈을 이뤄낸 ‘국가대표’ [SS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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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누가 뭐래도 롯데 자이언츠는 자부심이었다.
미우나 고우나 사랑이었다.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29살 인생. 그 중심엔 언제나 롯데가 있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어릴 적부터 배드민턴 라켓을 잡고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운동을 마친 뒤 항상 아버지와 사직구장을 찾았다.
사랑에 빠졌다.
아버지 손을 잡고 사직구장을 찾을 때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롯데 선수들의 응원가를 따라 불렀고, 맛있는 먹거리도 즐겼다.
용돈을 아껴 모아 꼬깃꼬깃한 지폐를 펼치며 롯데 유니폼과 굿즈를 직접 산 순간이 그렇게나 행복했다.
그렇게 17년간 종종 사직구장을 찾았다.
배드민턴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스스로 올림픽까지 나갈 재능은 없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지내던 중, 평소 즐겨보던 야구를 직접 하고 싶었다.
“나도 야구를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야구공을 잡았다.
3년 동안 야구에 매진했다.
야구를 직접 하며 어렴풋이 언젠간 나도 사직구장에 한 번 서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꿈에 그리던 마운드에 드디어 섰다.
벌벌 떨었지만, 포수 유강남의 글러브까지 공이 쑥 들어갔다.
2024 여자야구 국가대표로 발탁된 좌투수 김수진(29)의 얘기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김수진이 지난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롯데전 시구자로 나섰다.
시구 확정 소식을 들은 날부터 설렘에 한숨도 못 잔 김수진은 긴장한 나머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모자를 벗고 정중히 선수단과 관중에 인사한 그는 투구판을 밟고 ‘롯데 에이스’ 박세웅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수 유강남을 향해 공을 던졌다.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면 대표팀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너무너무 떨렸단다.
결국 패대기는 면했지만, 공이 높게 솟구치고 말았다.
다행히 포수 유강남이 팔을 쭉 뻗어 공을 잡아줬다.
지난 3년, 고된 훈련을 견디며 여자야구 국가대표를 목표로 달렸다.
그때마다 롯데를 보며 버텼다.
“롯데는 내게 큰 동기부여였다.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고, 덕분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며 웃은 김수진은 전(前)삼성 외야수 이영욱에게 주 2회씩 야구 레슨을 받아왔다.
일주일에 야구공을 던지는 시간만 약 6시간이었다.
올해 처음 여자야구 대표팀 선발전에 지원한 김수진은 선발전을 3개월 앞두고선 매일 레슨장을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겨울 흘린 땀방울은 헛되지 않았다.
최종 발탁된 24명 중 투수는 9명뿐이었는데, 김수진이 여기에 들어갔다.
그는 흔치 않은 왼손 투수라는 점과 배드민턴 선수 출신다운 강한 손목 힘으로 대표팀 코치진의 눈도장을 찍었다.
김수진의 최고 구속은 시속 100㎞다.
이날 시구는 그에게 떨림의 연속이었지만, 행복 그 자체였다.
김수진은 “꿈꿔왔던 사직구장 마운드를 밟게되어 너무 영광이었다.
TV로만 보던 롯데 선수단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어 감동이었고, 특히나 유강남 선수가 내 공을 받아줘 좋았다.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한 하루”라며 미소지었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수진에겐 영원히 기억될 순간이었다.
김수진은 “사직구장 시구를 계기로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공을 던지는 선수가 되고 싶어졌다”고 했다.
김수진은 내년에 아시아야구연맹(BFA) 주관 ‘2025 여자야구 아시안컵’ 출전을 꿈꾼다.
그의 목표는 대한민국에 사상 3번째 아시안컵 메달을 안기는 것이다.
“아시안컵에서 호투해 메달을 따고 싶다”고 한 김수진은 이 꿈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안다.
오랫동안 꿈꿔온 꿈 하나를 이미 이뤘으니 말이다.
“사랑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그날까지 사랑할 겁니다.
꿈을 꾸게 해주시고, 그 꿈을 이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더 좋은 선수가 되겠습니다.
여자야구 대표팀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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