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속에서도 삶의 의미가 있다 [헐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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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10월31일 ‘리커버리 야구단’ 선수들과 함께 제주도로 미니캠프를 위해 떠났다.
2023년 제주캠프를 위해 서귀포야구협회, 제주 서귀포 브라더스야구단, 하례 2리 마을회, 서울시 지원사업, 5149야구리그팀에서 후원해 주셔서 귀한 시간을 갖게 된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
리커버리 야구단 선수들은 제주야구캠프를 통해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주고 또 야구 게임을 통해 서로 한 형제이고 이웃이라는 것을 배우는 시간을 보낸다.
홈리스, 조현병 환자, 은둔형 외톨이, 알코올 중독자.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이웃이 아닌 ‘타자’로 여겨지는 대상이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사람들은 막연한 편견과 두려움을 갖고 대한다.
야구를 통해 이들의 자활을 돕고,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생각 끝에 김현일 대표가 창단한 사회인 야구단이 ‘리커버리 야구단’이다.
전국에 수많은 야구동호인 클럽이 있지만 리커버리 야구단은 아주 특별했다.
홈리스 청년들과 봉사자로 구성된 야구단으로서 스포츠가 홈리스의 회복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해 실험적인 시도로 만들어진 팀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계층의 도시빈민들에게 자활과 새로운 삶을 지원하는 ‘바하밥집’에서 준비한 홈리스 회복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리커버리 야구단이다.
권혁돈 감독과, 한상훈 감독 두 후배가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와 함께 자원봉사로 팀의 야구 지도를 맡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동참하게 됐다.
지금까지 ‘리커버리’ 초대 총장으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처음 이들과 함께 할 때 홈리스 야구단이라 여러모로 초라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었지만 여느 사회인야구팀 못지않게 활기차고, 의욕이 넘치고, 멋져 보였다.
그동안 가졌던 편견이 무너졌던 기억이 난다.
‘바하밥집’의 김현일 대표에게 왜 많은 스포츠 종목 중에 야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김현일 대표의 말에 의하면, 야구는 팀 스포츠이면서도 아주 격렬하지 않으며, 홈리스 대상자의 연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했다고 한다.
리커버리 야구단 황승정 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리커버리 하우스에 거주하는 조현병, 은둔형 외톨이, 홈리스, 알코올 중독자들이 야구를 시작하고부터 현재까지 의사가 놀랄 정도로 상태가 회복되어 복용하던 약을 많이 줄인 사례가 많다며 이야기한다.
이들의 한 멤버는 이제 주 1회 훈련이 부족한지 스스로 연습하자고 조른다”고 했다.
최근 관리 받지 못한 조현병 환자나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던 사람들의 범죄로 사회가 불안하고, 시민들의 피해도 매우 크다.
그런 면에서 리커버리 야구단의 활동이 매우 의미 있어 보인다.
야구단은 주 1회의 훈련뿐만 아니라 인문학 수업도 함께 받으며 회복 의지를 다진다고 한다.
‘리커버리’ 야구단과 함께 야구한 지도 어느덧 5년이 됐다.
이들과 함께 야구할 때면 선수들이 얼마나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들과 함께 운동하면 알 수 있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현장을 떠나 사회곳곳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다.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나쁜 사람들보다는 숨어있는 좋은 사람들이 세상에 훨씬 더 많다.
남미의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을 통해 올바른 사회화를 유도하고, 범죄의 위험요소로부터 구해내는 ‘엘 시스테마’가 성공해서 건전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스포츠도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 낼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해주는 리커버리 야구단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바쁜 시간을 쪼개 올해도 제주도로 초청해준 제주 서귀포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일에 누구보다 먼저 앞장선 두 후배도 자랑스럽고, 이런 프로그램을 생각해 낸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와 김옥란 리커버리 야구단 단장에게 야구인으로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데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으시는 귀한 분들로 인해 어둡게만 느껴졌던 이 세상도 희망의 빛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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