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시즌 준비…전지훈련비서 2000만원 빼다 메꾼 독립야구단 임원진 [SS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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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들어온 선수들과 코치진인데 자꾸 지난해 이야기를 꺼낸다.
동문서답을 반복하며 전지훈련비 일부를 지난해 적자를 메꾸는 데 사용했다고 뻔뻔히 말한다.
독립야구단 P의 임원진 얘기다.

본지가 지난 13일 단독 보도(1면 <사기·횡령 얼룩진 독립구단>)한 내용에 따르면, 독립야구단 P의 감독, 코치진은 지난 2월부터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임금체불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선수들이 새벽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모은 전지훈련비를 지난해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했다.

앞서 보도한 것처럼, 독립야구단 P 이사 S의 프로야구 취업 알선 사기 혐의가 지난 겨울 알려졌는데, 때는 P구단이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였다.
S는 급히 먼저 귀국했고, 그 뒤 연락이 닿질 않았다.

약속된 수준의 훈련이 행해지지 않자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S 이사의 부인이자 P 구단 대표이사인 L을 만난 코치진은 뜻밖의 말을 듣는다.
바로 ‘지난해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지훈련비 중 2000만원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인당 390만원씩 걷어 약 1억 원이 모인 전지훈련비는 오롯이 전지훈련을 위한 비용으로 쓰여지는 것이 맞다.
그런데 스포츠서울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대표이사 L은 ‘지난해 적자’를 들먹이며 사정이 힘들어 전지훈련비를 유용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독립구단 선수들을 프로에 보내기 위해 의기투합한 감독, 코치들로서는 황당할 노릇이다.
보다못한 코치 A가 “우리가 왜 지난해 적자를 감수해야 하냐?”고 묻자 대표이사 L은 “우리집 아이가 학원도 못 갈 정도로 너무 힘들다”라고 답했다.

전지훈련비에서 빼돌린 2000만원으로 그간 밀린 감독, 코치진 월급을 준 것이 아니라 지난해 구멍난 구단 적자를 메꾼 것이다.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한 코치진은 “사정이 이렇게 안 좋은데 왜 시즌 준비에 들어갔냐. 이럴거면 애초에 전지훈련부터 가지 말았어야 했다.
선수들 모아놓고 뭐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대표 L은 “솔직히 나는 야구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운영에 관여해 본 적도 없고, 지급해 달라 하면 돈만 지급해 줬다”고 해명했다.

P 독립야구단은 비영리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그리고 등기 등록된 대표이사는 바로 L이다.
그러나 L은 ‘운영할 줄 모른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대표 L의 말대로 정말 독립야구단을 운영할 줄 모른다면 그것대로 문제다.
운영 능력이 없는 사람이 대표로 등기 등록돼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으로 전지훈련비를 받았다.
그리고 그 돈 일부를 유용했다.
대표 L은 13일 스포츠서울의 질의에 “엔화로 환전하기 편하라고 내 명의로 된 통장으로 돈을 걷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P 구단 선수들과 감독, 코치진은 전지훈련비가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한 명세서나 영수증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13일 본지로 전화를 걸어온 이사 S는 “구단 씀씀이를 하나하나 구성원들에게 알려줄 의무도 없을 뿐더러, 영수증을 아직 다 정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이사 S와 대표 L은 P 구단 감독, 코치, 선수들로부터 경찰에 고소됐다.
스포츠서울은 앞으로 후속 보도를 통해 자격미달인 운영진이 어떻게 계속해서 독립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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