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두바이에서 가장 운 좋은 남자’ 토미 감독… “기적의 주황 구슬, 사무실에 모셔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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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2024 KOVO 외인 드래프트를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행운도 대한항공 왕조의 편이었다.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은 V-리그 최초 통합 4연패를 일궈낸 강팀이다.
2020~201시즌 ‘V2’부터 2023~2024시즌 ‘V5’까지 한 번도 왕좌를 내려놓지 않았다.
2010년대 초반 통합 3연패로 리그를 주름잡은 삼성화재를 넘어 역사에 남을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다.

프로 스포츠에서 ‘왕조 구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구단들의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강팀을 견제하는 최소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신인 및 외인 드래프트에서 전 시즌 성적 역순으로 지명 순번을 정하는 게 대표적이다.
프로배구는 성적 역순으로 차등 확률을 배분해 순번을 추첨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올해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외인 드래프트도 마찬가지였다.
우승팀 대한항공은 총 140개의 구슬 중 단 5개의 주황색 구슬을 배정받았다.
꼴찌 KB손해보험의 노란색 구슬 35개와 비교하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새 외인 물색에 나선 대한항공이 경쟁력 있는 자원을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보였다.

기적이 펼쳐졌다.
3.57%의 확률을 뚫고, 주황색 구슬이 가장 먼저 튀어나왔다.
대한항공의 환호성과 타 팀의 황망한 표정이 뒤섞였다.
통합 4연패팀이 외인 드래프트 1순위를 거머쥐는 드문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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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KOVO 외인 드래프트 1순위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지명한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요스바니의 이름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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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대한항공 점보스 공식 SNS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밝은 미소로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의 이름을 불렀다.
2020~2021시즌 대체 선수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던 그의 ‘깜짝 귀환’이다.
삼성화재와 재계약이 불발되면서 많은 팀이 군침을 흘린 ‘외인 에이스’는 지난 시즌 36경기 141세트에서 1068득점(리그 1위), 공격성공률 50.90%(7위), 세트당 서브 0.546개(1위)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남겼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은 외인 리스크를 지웠다.
링컨 윌리엄스가 부상으로 삐걱거리며 외인 없이 초반을 항해했던 대한항공이다.
대체 선수 무라드 칸(파키스탄)의 파괴력은 아쉬웠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막심 지갈로프라는 소방수를 투입했던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요스바니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검증된 자원과 함께라면 작은 위기조차 없는 순항도 가능하다.
통합 5연패 꿈도 함께 부푼다.

엄청난 행운이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의 날이었다.
구슬이 들어간 통이 마치 껌통처럼 생겼다.
그 구슬을 껌처럼 먹고 싶을 정도”라며 “그 주황색 구슬을 구단 사무실에 걸어놓든지 해서 모셔놔야겠다”는 너스레까지 떨었다.
이어 “오늘 저녁은 한식당을 간다고 들었다.
정말 맛있는 저녁이 될 것”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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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삼성화재 요스바니 에르난데스가 대한항공과의 2023~2024시즌 V리그 맞대결에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요스바니는 명실상부 ‘행운의 아이콘’이 됐다.
직전 시즌 6라운드 우리카드전 승리로 대한항공의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장본인이다.
이제는 아예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기에 이르렀다.
사령탑은 “그는 새 역사를 쓰는 데 있어 한 획을 함께 그었고, 운을 가져다줬다.
이번엔 그를 뽑는 행운까지 찾아왔다.
이 운들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우리 공격력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팀과 요스바니,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다.
새로운 대한항공의 실력이 기대된다”고 힘줘 말했다.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요스바니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지명 사실을 통보 받고는 오랜 친구였던 대한항공의 통역 매니저와 곧바로 영상통화까지 나누기도 했다.
그는 구단을 통해 “한국에 돌아갈 수 있어 기쁘다.
대한항공에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며 “남은 기간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돌아가, 팀이 또 통합우승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당찬 다짐을 전했다.

두바이=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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