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최초의 길을 걸으면서도…최정 “운이 좋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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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랜더스 제공
“저는 운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최정(SSG)다웠다.
24일 부산 롯데전서 시즌 1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통산 468번째 대포였다.
KBO리그 역대 개인 최다 홈런을 새롭게 작성하는 순간이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현역시절 작성했던 467홈런을 넘어섰다.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도 들뜬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소 담담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최정은 “펜스를 맞고 나올까봐 빠르게 뛰고 있었다.
다행히 넘어갔더라. 원정경기다 보니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막 전부터 최정의 도전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공교롭게도 시즌 10호 홈런과 맞닿아 있었다.
평소 구체적인 목표 설정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두 자릿수 홈런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 부분이다.
이날 홈런으로 최정은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리그 최초다.
최정은 “두 가지 기록이 달려있지 않나. 혹시라도 이것 때문에 부담이 너무 커서 (야구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을 많이 했다.
생각보다 빨리 나와 다행이다.
후련하다”고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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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랜더스 제공

나름대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기록을 앞두고 아찔한 장면을 마주했다.
17일 인천 KIA전서 사구에 맞았다.
처음 미세골절 소견을 받았다.
오진이었다.
이튿날 추가로 방문한 병원 두 곳에서 모두 단순타박 진단을 내렸다.
최정은 “처음 골절 얘기를 들었을 땐 한 달 정도 공백이 있겠구나 싶었다.
단순타박으로 바뀌는 순간 괜찮으면 바로 경기를 해야겠다 싶었다”면서 “시합 전날 배팅훈련 한 번 하고 부산으로 넘어왔다.
시합 뛰면서 감을 찾고자 했다”고 밝혔다.

프로 입문 후 때려낸 468개의 홈런 중 가장 인상적인 기억이 있을까. 최정의 시계가 2012년 9월 9일로 거슬러간다.
인천 넥센(키움 전신)전이었다.
강윤구(강리호 개명 전)를 상대로 아치를 그렸다.
당시 최정은 SK 사령탑이었던 이만수 감독의 조언에 따라 타격 궤도를 어퍼 스윙으로 바꿨다.
최정은 “타격 메커니즘을 바꿔보고자 했던 시기인데 마침 홈런이 나왔다.
그때의 터치감을 잊지 않으려고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지금도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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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랜더스 제공

최정은 언뜻 천재에 가까워보인다.
절체절명의 순간 거짓말처럼 홈런포를 신고한다.
까다로운 공도 척척 공략해낸다.
타고난 것들이 많은 듯하다.
오랜 시간 최정을 지켜본 이들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 목소리로 노력형에 가깝다고 증언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쉴 새 없는 질문에 코치진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정은 “재밌는 게 있으면 잘하고 싶다.
잠 안자고 몰입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다른 선수들도 모두 하는 노력”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야구밖에 모르는 최정에게도 권태기가 있었다.
2014~2015년쯤이다.
최정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한 시간들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됐다.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멘탈적으로 버틸 수 있게 된 듯하다”고 끄덕였다.
이어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운이 좋은 선수인 듯하다.
이런 능력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사구도 정말 많이(330개·한미일 통틀어 최다) 맞지 않았나. 그런데도 큰 부상이 없었다.
한 시즌 통째로 쉬어본 적이 없다.
운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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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SG랜더스 제공

전설 이승엽 감독을 넘어 이제는 또 다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다.
최정은 이승엽 감독 이름이 나오자 “가문의 영광이다.
야구를 하면서 이런 대단한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실감이 안 난다.
이제는 조금 목표를 높게, 500홈런까지는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겐 “매 타석 투수를 이기기 위해, 안타를 치기 위해 집중한다.
단, 홈런만 생각하면 투수에게 질 확률이 높다.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하는게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부산=이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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