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중의 꽃’ 그랜드슬램, 어? 분명 좋은 건데...치는 팀이 자꾸 ‘진다’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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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기자] 홈런을 두고 ‘야구의 꽃’이라 한다.
그 꽃 중에서도 최고의 꽃은 당연히 ‘그랜드슬램’이다.
한 번에 4점을 얻을 수 있다.
가을야구에서도 ‘승리 보증 수표’였다.
이번 가을은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KBO리그는 지난 1982년 시작됐다.
2022년까지 41번의 시즌이 있었고, 포스트시즌은 40번 열렸다.
1985년 삼성이 전후기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포스트시즌 자체가 삭제됐다.

그리고 이 모든 가을야구에서 총 16번의 그랜드슬램이 터졌다.
1982년 김유동(OB, 한국시리즈 6차전)부터 2017년 최주환(두산, 플레이오프 2차전), 민병헌(두산, 플레이오프 3차전), 이범호(KIA,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여러 선수가 만루포를 쐈다.
그리고 팀도 전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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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제압의 의미로도 강력한 한 방이고, 역전을 만드는 일발장타로도 최상급이다.
승리 기운을 ‘확’ 가져올 수 있다.
2023시즌도 와일드카드전까지는 틀리지 않았다.
NC 서호철이 역전 만루포를 때리며 팀을 준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정규시즌 3위 SSG와 와일드카드전을 거친 NC가 붙었다.
1차전은 NC가 4-3으로 이겼다.
2차전도 NC가 7-3으로 따냈다.

3차전 들어서도 NC가 1회말 먼저 3점을 내며 신바람을 냈다.
더는 밀릴 수 없었던 SSG. 2회초 ‘간판타자’ 최정이 하나 터뜨렸다.
역전 만루 홈런을 쐈다.
5-3 역전 성공이다.

그러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2회말 제이슨 마틴의 3점포 등을 통해 NC가 7-5로 바로 뒤집었다.
최종 스코어 7-6으로 NC가 이겼다.
SSG는 포스트시즌 최초로 ‘만루 홈런을 치고도 이기지 못한’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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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역전 결승포가 될 수도 있었던 그랜드슬램이다.
최정 개인으로는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 1위(43타점)에 오르는 순간이었지만, 팀이 패하니 의미가 없다.
게다가 시리즈 탈락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1차전에서 KT가 5-9로 졌다.
상대 선발 에릭 페디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문상철의 솔로포 하나가 전부. 마운드에서는 믿었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이닝 7실점(4자책)으로 흔들렸다.
수비도 실책 2개가 나오는 등 어수선했다.

1-9로 크게 뒤진 9회말 박병호의 좌측 2루타, 정준영의 2루수 앞 내야 안타, 문상철의 볼넷으로 2사 만루가 됐다.
배정대가 바뀐 투수 이용찬의 초구를 때려 좌월 만루 홈런을 날렸다.
수원KT위즈파크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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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너무 늦게 터졌다는 점이다.
그 이상이 없었다.
다음 타자 이상호가 투수 뜬공으로 돌아섰고,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KT는 그랜드 슬램 이후 패배한 두 번째 팀으로 기록됐다.

1982년부터 2022년까지 열린 40번의 가을야구에서 그랜드슬램 16개가 나왔다.
많은 수치는 아니다.
그만큼 귀하다는 의미다.
귀한 만큼 강력하기도 하다.
승리 확률을 크게 높여준다.

적어도 이번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는 아니다.
확실히 이례적이다.
여러 방이 터지면 모를까, 만루포 하나가 ‘만능’은 아니라는 점이 묘하게 증명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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