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양강 체제 유일 대항마 박동원의 ‘비워내기’[SS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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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메이저리그(ML)에서나 볼 수 있는 대포를 시원하게 쏘아 올린다.
맞는 순간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직감할 수 있는 괴력의 타구. 타구 속도 시속 170㎞가 넘는 레이저포가 잠실구장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힌다.
작년부터 LG 승리를 상징하는 박동원(34)의 홈런이다.
지난 3일 잠실 NC전이 그랬다.
1회 선취점 후 추가점이 필요한 2회. 박동원은 선두 타자 오지환의 출루로 만든 찬스에서 더할 나위 없는 결과를 냈다.
이재학의 실투성 속구를 놓치지 않으며 타구 속도 176.1㎞ 비거리 128.5m 홈런을 만들었다.
3연패로 주춤했던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초대형 타구였다.
낯선 장면은 아니다.
LG에서 첫 시즌을 치른 작년부터 박동원은 늘 영양가 만점의 대포를 날렸다.
시즌 전체 흐름을 결정짓는 4월과 5월 두 달 동안 48경기에서 13개의 아치를 그렸다.
마운드에 부상자가 속출했으나 박동원이 타선을 듬직하게 이끌었다.
3, 4점을 내줘도 5, 6점을 뽑는 화끈한 뻥야구로 LG는 순위표 최상단에 자리했다.
마지막도 강렬했다.
KT와 한국시리즈(KS) 2차전 결승포로 순식간에 시리즈 흐름을 바꿨다.
3차전에서도 상대 필승조 투수에게 맞자마자 담장을 넘어가는 레이저포를 만들었다.
타석에서 활약뿐이 아닌 포수로서 투수 리드와 수비도 빼어났다.
그토록 바라던 우승 포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야구 인생 최고 순간. 그러나 만족하지 않았다.
곧바로 다음을 응시하며 한겨울부터 배트를 잡았다.
5월까지 포수 홈런왕도 노렸던 것을 회상하면서 여름 슬럼프에서 탈출할 방법을 고민하며 훈련했다.
간결한 타격 메카닉으로도 장타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스윙 뒷면이 짧아졌다.
고민과 훈련의 결과는 대만족. 이제 겨우 10경기 치렀지만 지난해 초반보다 뜨겁다.
지난 3일까지 타율 0.387 2홈런 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06. 고타율을 올리면서 장타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달 30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고척돔 좌측 전광판 상단을 강타하는 홈런도 만들었다.
지난달 20일과 21일 메이저리그(ML) 개막 2연전에서도 볼 수 없었던 비현실적인 타구였다.
겨울부터 캠프까지 부지런히 흘린 땀방울이 시원한 결과를 낳고 있다.
박동원은 지난 3일 경기 후 “내가 가진 힘을 어떻게 해야 배트에 잘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
스윙이 짧아져도 내 힘이 앞으로 전달만 잘 되면 배트 스피드는 더 빨라지고 타구 거리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준비한 게 잘 되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덧붙여 지난해 징크스도 잊지 않았다.
여름에 페이스가 뚝 떨어지며 홈런왕과 첫 포수 골든글러브 수상이 두루 무산됐다.
지난 시즌 막바지 박동원은 “나도 모르게 많은 것을 의식했다.
매일 기사를 보고 기록도 생각했다.
홈런 1위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그렇게 여러 가지를 의식하니까 갑자기 타격이 안 됐다”며 “내가 진단한 문제는 체력보다 멘탈이었다.
욕심을 내면서 침착하게 타석에 서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다짐했다.
숫자를 의식하지 않기 위해 경기 중 전광판에 자리한 자신의 기록을 보지 않기로 했다.
박동원은 ‘지금 타율도 잘 나오고 있다’는 얘기에 “보면 안 됩니다.
보면 위험해요”라고 웃으며 “절대 보면 안 되는 게 전광판에 적힌 내 기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30대에 최전성기를 열고 있는 박동원이다.
2021년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넘었고 지난해에도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20홈런을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양의지와 강민호가 양분하는 포수 골든글러브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다.
숫자가 과욕으로 이어지지 않는 ‘비워내기’가 유지된다면 또 하나의 꿈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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