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챔프전③] ‘시몬 잇는 OK 괴물’ 레오 vs ‘대한항공 소방수’ 막심… 우승 열쇠 쥔 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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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레오와 대한항공 막심. 사진=KOVO 및 대한항공 배구단 제공

‘에이스’의 어깨에 모든 게 걸렸다.

한국 프로배구의 외인 선수 비중은 매우 높다.
피지컬의 영향이 큰 종목 특성상, 우월한 신체조건을 내세운 파괴력이 압도적이기 때문. 다가올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도 마찬가지다.
1점의 중요도가 치솟는 단기전이라 영향력은 더 커진다.
그 중책을 짊어질 OK금융그룹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 대한항공의 막심 지갈로프(등록명 막심)이다.
이 두 명의 외인에게 우승 향방이 걸렸다.

◆운명을 안고

‘쿠바 특급’ 레오는 V리그 역사에 남을 외인이다.
삼성화재 손을 잡고 한국에 발을 들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리그를 폭격했다.
‘전인미답’의 3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등극을 빚으며 매번 팀을 정규리그 왕좌에 앉혔다.
챔프전에서도 2번 MVP를 휩쓸며 팀 6, 7번째 우승도 만끽했다.
이후 V리그를 떠난 그는 2021∼2022시즌에 돌아왔고, 3번의 도전 끝에 9년 만의 챔프전 무대를 밟게 됐다.

마지막 챔프전에서 자신을 무너뜨린 OK금융그룹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레오는 당시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 창단 첫 우승을 만든 로버트랜디 시몬 아티스(등록명 시몬)라는 ‘월드클래스’ 외인에게 3연패로 완벽히 제압당했다.
레오가 공헌한 삼성화재 왕조도 시몬으로 인해 ‘통합 4연패‘가 좌절됐다.

그랬던 레오가 이제 시몬의 입장이 됐다.
OK금융그룹의 에이스로서, 대한항공 왕조의 통합 4연패를 저지해야 한다.
마침 그의 백넘버도 시몬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가 본인의 요청으로 해제된 13번이다.
잊지 못할 라이벌의 뒤를 이어야 하는 특별한 ‘운명’을 품은 레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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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시절의 시몬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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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레오가 득점 후 미소 짓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우승청부사

대한항공은 극적인 소방수의 등장을 염원한다.
시즌 내내 외인 리스크에 시달렸다.
3시즌째 동행으로 출발한 링컨 윌리엄스는 부상과 함께 존재감이 급락했다.
첫 번째 대체 외인 무라드 칸은 부족한 파괴력으로 해답이 돼주지 못했다.
‘토종 아포짓’ 임동혁이 팀 내 가장 많은 공격을 홀로 책임진 이유다.
이 모든 문제를 막심이 지워주길 바라는 중이다.

그의 우승 기운에 주목한다.
러시아 대표팀에서 2013 월드리그, 2017 유럽 선수권 우승을 경험했다.
러시아리그 벨로고리 벨고로드 소속으로 2013∼2014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4년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클럽선수권 우승 등 화려한 커리어를 일궈왔다.

실전 감각도 문제없다.
당장 지난달까지 카타르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리그 득점 1위, 서브 2위 등의 수준급 성적표까지 남겼다.
우려도 없지 않다.
1989년생의 노장 공격수다 보니, 전성기에 비해 타점과 파워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단은 그간 쌓아온 높은 수준의 기술과 시들지 않은 스피드가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묘수와 악수의 사이에 선 막심에게 대한항공의 명운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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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이 대한항공 합류를 위해 한국에 입국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배구단 제공

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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