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질 수 없는 행복 수비, 사령탑은 “143경기 남았다”며 2년차 신예를 믿었다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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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에이스 한 명으로 모든 게 바뀔 수는 없다.
아무리 투수가 잘해도 투수와 마주 보는 포수, 투수 뒤에 자리한 야수 7명의 도움이 필요하다.
단 한경기지만 다시 한 번 야구의 기본이 수비임은 일깨운 지난 올시즌 한화의 개막전이었다.
수비로 승패가 결정됐다.
한화가 4회 수비 에리를 포함해 총 세 차례 수비에서 흔들린 모습이 나온 반면 한화와 맞선 LG는 경기 내내 철통 방어를 했다.
투수의 호투와 타자의 안타에 앞서 수비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늘 변수 속에서 고통받게 된다.
개막전 기 싸움의 시작도 수비였다.
한화는 2회초 선취점을 뽑기 위해 무사 1, 2루에서 문현빈이 번트를 댔다.
2루 주자 노시환을 3루로 진루시키는 번트였는데 LG는 이를 머릿속에 넣고 전진수비로 노시환을 3루에서 포스아웃 시켰다.
3루수 문보경이 번트 타구를 향해 달려들었고 유격수 오지환이 3루 커버 후 문보경의 송구를 받아 상대 작전을 무력화시켰다.
LG는 1회초에도 내야안타로 출루한 요나단 페라자의 2루 도루를 박동원이 저지해 한화의 진루를 막은 바 있다.
한화 수비는 반대였다.
2-2로 팽팽했던 4회말. 문현빈이 이닝을 종료시킬 수 있는 2루 땅볼 타구를 놓쳤다.
2사 1루에서 끝날 4회가 2사 1, 3루가 됐고 이 수비 실책이 경기 흐름을 바꿔놓았다.
상대 실수로 찬스를 살린 LG는 박해민과 홍창기가 나란히 적시타를 날렸다.
홍창기 다음 타자 김현수도 좌전 안타를 쳤는데 이때 정은원이 타구를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해 1루 주자 홍창기가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다.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4회말 문현빈과 정은원의 실수는 될 수 있으면 나오지 않았어야 되는 실수였다.
고민 끝에 내린 문현빈 2루 배치와 정은원 외야 전향이다.
캠프를 통해 야심차게 포지션 정립과 변화를 꾀했기에 될 수 있으면 시즌 초반에는 두 자리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래야 캠프 기간 흘린 땀이 확신으로 돌아온다.
확신이 쌓이면 자신감이 되고 자신감이 자리잡으면 시즌 초반부터 무섭게 달릴 수 있다.
물론 단 한 경기다.
단 한 경기로 앞으로 143경기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한화 최원호 감독의 입장도 그렇다.
최 감독은 24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를 앞두고 “현빈에게는 이제 143경기 남았다고 했다”면서 “캠프를 치르며 문현빈이 2루수로서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현빈이 외에 정은원, 안치홍, 김태연 등 2루수가 많았지만 타격과 수비 모두에 있어서 현빈이가 2루에 자리 잡는 게 앞으로도 좋다고 봤다.
아직 2년차 어린 선수 아닌가. 앞으로 포스트시즌 같은 더 큰 무대도 뛸 텐데 어제 개막전 실수가 나중을 봤을 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도 문현빈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류현진은 “4회가 끝나고 현빈이가 와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에러 하나로 실점이 늘어서 기죽을까 봐 괜찮다고 했다.
괜찮으니까 고개 들고 당당히 플레이하자고 얘기했다”고 전날 상황을 돌아봤다.
실패를 딛고 반등할 수 있는 방법은 결과다.
다음 경기에서 단단히 내야를 지키면 분위기도 한 번에 바뀐다.
최 감독은 “어느 정도 중심을 유지하면서 가야 한다고 본다.
한 경기 때문에 한 두명씩 바꾸는 것은 아니라 본다”며 “2루를 두고 경쟁하는 선수 주 현빈이가 가장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현빈이를 쓰는 것이다.
계속 쓰겠다”고 지난해부터 캠프까지 긴 시간을 두고 바라본 결정을 믿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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