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에너지로 최대효과’ 호신술은 대결을 위한 격투기와 다르다![노경열의 알쓸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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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필자의 무술 스승이 대만에서 오셔서 수련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계신다.
스승이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수련생들의 기대감은 굉장히 높았다.
필자가 평소에 보여주는 모습들이 있으니 스승은 더 빠르고 더 강하고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필자가 무술을 배울 때의 스승의 무서운 모습 등도 전해들었으니 더더욱 강한 이미지만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스승을 마주하고 수업에 참가한 수련생들 중 일부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본인이 예상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던 것이다.
무서울 줄 알았던 외모는 푸근하고 자상한 할아버지의 모습이었고, 엄청나게 빠르고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동작들은 굉장히 부드럽고 섬세해 언뜻 보면 무술 동작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떤 수련생은 이렇게 얘기했다.
“관장님도 똑같은 방식으로 배우셨어요? 저렇게 배웠는데 아웃풋이 관장님처럼 나온다구요?”
결론부터 말하면, 스승이 전달하려고 하는 핵심은 무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 중 하나인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빠르게, 강하게 처럼 근력을 많이 사용하는 것보다는 신체 구조의 이해에서 오는 부드러운 움직임과, 신체 각 부위의 무게를 어떻게 상대에게 전달하는가에 집중한 것이다.
이러니 영화의 무술 대결 장면이나, 격투 경기의 대결 모습 등을 상상한 수련생들은 당황할 수 밖에.
예전 글에서도 이미 언급했지만, 호신술로써 무술을 익히는 것과 격투 경기 출전을 위해 무술을 배우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격투 경기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본인이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 경우에 따라서 그 이상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역시 똑같이 그 상태인 상대와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기술의 다양함과 뛰어남을 논하기에 앞서 이미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일반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다.
자동차 경기로 따지면, 파워와 내구성을 극한까지 올린 차체에, 엄청난 가속도를 버틸 수 있는 신체조건과 빠른 속도에서도 핸들링을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드라이버가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길에 다니는 차는 그런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운전자 역시 훈련되어 있지 않다.
즉, 상대와 기술을 주고받으며 5분 1라운드, 총 5라운드를 뛸 수 있는 체력과 맷집도 없고, 정신적 대비도 되어있지 않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기술적 다양함은 말할 것도 없다.
호신술이라는 것은 이런 일반인들이 돌발적인 상황에서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체력도 부족하고, 특별히 빠르지도 않으며, 몸에 완전히 익숙하게 익혀놓은 기술도 몇 없는데 나를 보호해야 하니, 근력을 앞세우기보다 신체 구조의 이해와 섬세한 감각을 더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며, 몇몇 분들이 수련 등록을 하며 한결같이 한 말들이 있다.
“평생 무술은커녕 운동해본본 적이 없다”, “운동신경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이도 많고 배도 이렇게 나왔는데, 몸부터 만들고 와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질문들이었다.
이런 분들이니까 호신술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필자의 스승은 70세가 넘었다.
젊은 시절에 비해 근력 등 신체능력이 떨어진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여성들은 특별한 재능이 없는 한 아무리 단련해도 파워나 스피드에서 남성을 넘어서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상대를 제압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까. 바로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물론 호신술을 넘어 무술 자체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어 단련까지 하게 된다면? 재밌고 유익한 무술의 세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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