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폭풍...소방수보단 확실한 철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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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부임 이래 숱한 논란을 남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354일 만에 경질됐다.
1992년 전임 감독제가 도입된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빨리 경질된 외국인 사령탑이란 불명예를 썼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큰 책임을 지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하겠다.
이에 앞서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년 만에 무너진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다시 잡아야 한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축구 대표팀은 당장 3월 21일과 16일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연전을 치른다.
전력상으로는 한국과 차이가 있지만 동남아 지역에서 강호로 분류되는 만큼 방심할 수 없다.
더군다나 최근 대표팀은 세부 전술의 부재, 선수단 갈등 등 클린스만 체제에서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시간이 촉박해 3월 A매치 2연전은 임시 감독 체제에서 치를 가능성도 높다.
한국 축구는 과거에도 소방수에게 지휘봉을 맡긴 경험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신태용 감독이 임시 사령탑을 지낸 바 있다.
당시 평가전 두 경기를 지휘했다.
이번에도 국내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거 대표팀을 이끈 바 있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비롯해 김기동 FC서울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의 겸직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K리그 개막이 3월 1일이기 때문에 이들을 선임한다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김기동 감독과 김학범 감독은 2024시즌을 앞두고 새 소속팀 지휘봉을 잡아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다.
황 감독도 4월 초부터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있어 겸직이 쉽지 않다.
현실적인 후보로는 프로축구 서울과 강원FC에서 사령탑을 지낸 최용수 감독이 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현재 무적 신분이라 제격이지만 대표팀 지휘 경험은 없다.
곧 인도네시아와 계약이 만료되는 신태용 감독도 후보로 거론된다.
신태용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클린스만 감독 실패 원인은 분명하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선임 당시 세웠던 절차와 기준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여러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사실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를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선임 과정에서 엇박자가 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국 축구의 철학과 기준을 다시 명확히 세워야 한다.
벤투 전 감독은 ‘주도하는 축구’라는 확실한 철학을 바탕으로 선임됐다.
그 결과 사상 두 번째로 원정 16강의 업적을 남긴 채 떠났다.
불과 1년 만에 한국 축구의 방향성은 사라졌다.
정 회장의 말처럼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면 클린스만 감독을 최선이라 평가한 기준이 문제다.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은 한국 축구의 철학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선임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도 필요하다.
이미 잘못된 선택으로 1년을 허비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100억원에 이르는 위약금도 부담이다.
시간, 금전적인 손해가 크지만 지금이라도 명확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한국 축구 정상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최정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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