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대체 외국인 선수 영입에 ‘불똥’?… 스포츠계는 왜 가만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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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에 해제한 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 대합실에서 이용객이 계엄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국회에서의 해지, 이후 숨가쁘게 이어진 탄핵 정국이 스포츠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비상계엄 선포가 6시간 만에 해지되면서 프로축구와 프로농구, 프로배구 등 스포츠 일정은 정상적으로 운영됐지만, 외국인 선수 교체를 진행 중인 일부 구단 관계자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자칫 국내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외국인 선수가 국내행을 거부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프로농구 A구단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는 해외에서도 워낙 큰 뉴스였다.
외국인 선수를 수급하는 데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동요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구단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외국인 선수에게 영입 제안을 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을 것”이라며 “만약 비상계엄이 제대로 선포됐으면 리그가 중단됐을 텐데 그러면 외국인 선수가 올 필요 없지 않느냐”라고 짚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서 상승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의 몸값에 관련해서도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은 몇 시간도 안 돼 마무리 안 됐지만 그 여파는 아직 남아 있다.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감독과 선수들은 대사관으로부터 긴급 문자를 받기도 했다.
가족들과 지인들로부터도 안부 연락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감독은 “대사관에서 메시지를 받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만 조심하라고 연락받았다”며 “가족들도 많이 걱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자부 우리카드의 마우리시오 파에스(브라질) 감독도 “(선수·지도자로 많은 시간을 보낸) 프랑스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정말 많이 왔다.
다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묻더라”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스포츠계가 문화예술계와 달리 이번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과 배우 문소리 등 영화인 3007명과 81개 단체는 지난 8일 ‘윤석열 퇴진 요구 영화인 일동’ 명의로 1차 긴급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혼란한 상황을 극복하고, 추락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제1의 전제조건은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수행을 정지시키는 것이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도 최근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공식 간담회에서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론을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의견을 냈다.

이 밖에도 복수의 대학교수들과 연구자들, 대학 총학생회,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시국선언과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계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나온 성명은 NGO(비정부기구) 단체인 체육시민연대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 단체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정치와 경제, 그리고 인권은 끝을 모를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이를 타개할 정부의 인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이들로만 채워졌다.
이런 혼란 속에서 체육계도 불공정과 비상식으로 얼룩져 도대체 개혁이 무엇인지조차 모호한 시절로 치달았다”고 썼다.

이어 “체육시민연대는 바로 세워나가야 할 체육계의 비상식과 불공정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정권퇴진의 큰 물결에 함께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 나서 정권퇴진의 긴 겨울을 맞이하고자 하며, 필요한 연대와 투쟁을 함께 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전임 교수는 “스포츠 구단의 구단주가 대기업이라면 분명 (정치권과) 자유롭지 못한 부분도 있을 거다.
하지만 대기업도 이번 사건 때문에 국제 신임도가 깎여 오너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성명이 나오지 않는 건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 하는 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포츠계가 독자적으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 불편을 느끼거나 익숙지 않아 하는 부분이 오래됐다.
하다못해 스포츠 셀럽의 목소리라도 있으면 좋은데 전혀 없다”고 아쉬워했다.

정 교수는 그러면서 “스포츠인들이 국위선양을 위해 평생을 살다 보니까 국가에 대해 정당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순간에도 주저하게 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진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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