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현장] 프로답지 않은 시간패… 커제 “인정 못 했지만, 항의를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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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커제 9단이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해 대국을 펼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실수를 교훈으로 삼겠다.


제26회 ‘한·중·일 바둑 삼국지’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펼쳐지는 중국 지린성 옌지. 대회 3국이 열렸던 7일, 바둑계가 놀란 희대의 사건이 터졌다.

커제 9단(중국)과 김명훈 9단(한국)의 대국이었다.
우세가 점쳐진 커제가 중반 이후 탄탄한 행마로 김명훈을 압박했다.
5∼6집가량 앞서 대회 3연승을 목전에 둔 상황. 대형 변수가 터졌다.
1분 초읽기에 진입해있던 커제의 168수가 늦어졌다.
마지막 10초를 세던 계시기에서 최종 알림음 “텐(10)”이 흘러나올 때, 커제가 착수를 마치고 급하게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늦어버렸다.
규정대로 커제의 시간패가 선언됐다.

커제는 당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수했을 때 나오는 특유의 버릇이다.
이내 대회 측에서 계시기 오류를 점검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중계 영상까지 되돌려본 끝에 패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그는 자신의 백돌을 쓸어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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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커제 9단이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해 대국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보기 힘든 ‘시간패’ 굴욕이다.
농심신라면배에서 비슷한 예는 있었다.
2020년 열린 제21회 대회에서 한국 박정환 9단이 중국 판팅위 9단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대국을 펼치다가 정해진 시간을 넘겨 시간패가 선언됐다.
인터넷 연결 문제였다.
온라인 대국 시에는 선수가 직접 계시기를 누르지 않고, 착수가 되면 자동으로 턴이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오류로 해프닝이 발생했던 것.

한국기원 관계자는 “온라인이다 보니 신호를 주고받는 데 불가피한 시간 차가 생기곤 한다.
당시에도 그랬다.
결국 3국 합의 끝에 재대결을 했다.
이번과는 경우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또 다른 바둑 관계자도 “시간패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대국을 펼쳤기 때문에 더더욱 없던 일”이라며 “유리한 상황에서 왜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야 중계를 통해 인공지능 예측 승률을 모두 확인하니까 승리가 코앞이라는 걸 알지만, 커제는 그 계산을 하던 과정일 수 있다.
이어질 수를 고민하느라 그랬을 수도 있다.
반대로 유리함을 확실하게 알았기 때문에 조금 더 상대를 몰아붙이려다가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일 수도 있다.
커제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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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커제 9단(왼쪽)이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개막식에서 함께 출전하는 리쉬안하오 9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커제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직접 이 패배를 언급했다.
그는 “(실수를) 인정할 수 없었고, 계속 이의제기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며 “현장에서는 시계에는 문제가 없었고, 리플레이 상 내가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난 계속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의제기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이런 방식으로 끝낼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오랜 기간 바둑을 두면서 시간초과로 패배한 건 처음이다.
이 실수를 교훈 삼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본인의 언급과 달리 커제의 시간패는 2019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 경기 결과에 남아있다.
당시 디펜딩 챔피언으로 경기에 임했던 그는 자국 선수인 타오신란 당시 7단과 대국을 펼치다가,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시계를 늦게 눌러 시간패를 당한 바 있다.

옌지=허행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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