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 다리 절단→그래도 카누’ 최용범의 첫 패럴림픽…“앞만 보고 죽어라 달릴 겁니다” [파리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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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최용범(27·도원이엔씨)은 어릴 때부터 물이 좋았다.
백마강, 반산저수지가 근처에 있었다.
축구, 씨름 다 해봤지만, 카누를 시작한 것도 물의 길이 좋아서였다.
부여중 1학년 때부터 패들을 잡았다.

“지는 게 싫어서” 정말 열심히 패들을 저었다.
‘제2의 조광희’라는 말도 들었다.
조광희는 한국 카누 종목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를 한 선수다.

고교 졸업 뒤 부여군청에 잠시 속해 있다가 울산광역시청으로 옮겼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으나 간발의 차이(4위)로 태극 마크를 놓쳤다.
허리 통증으로 성적이 나지 않아 2018년 11월 입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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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제대해 돈을 벌면서 카누를 위한 몸을 만들어 가다가 덜컥 교통사고가 났다.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그의 왼쪽 다리는 이미 잘려져 있었다.
‘카누 선수 최용범’은 더 존재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병원에서 혼자 있을 때마다 울었다.

재활 과정에서 은사였던 주종관 부여중 카누부 코치와 대한장애인체육회 맹찬주 매니저가 파라 카누를 권했다.
처음에는 낯선 모습으로 낯익은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는 게 겁이 났다.
그러나 그가 살면서 제일 잘했고, 즐겁게 했던 것이 카누였다.
어머니도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어머니는 물 위에서 아들이 다시 생기를 찾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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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 다시 패들을 잡았다.
파라 카누는 비장애인 카누와 같고도 달랐다.
의족을 한 왼 다리가 더 무거우므로 균형 잡기조차 쉽지 않았다.
10년 가까이 카약을 탔는데도 그랬다.
최용범은 “처음에는 배의 밸런스를 잡기가 어려워서 물에 빠졌다”라고 했다.

부여중·고교 카누 후배들은 파라 카누 선수로 변신한 최용범의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기꺼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주었다.
처음에는 부여중 선수한테도 졌다.
오기로 이겨내고, 부여고 에이스 설동우도 기어이 제쳤다.
‘파라 카누 선수 최용범’은 그렇게 완성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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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범은 5월 헝가리 세게드에서 열린 2024 국제카누연맹 장애인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KL3 200m 결승에서 41초08로 7위 기록으로 한국 파라 카누 사상 최초로 패럴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파라 카누 입문 10개월 만의 쾌거였다.

6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 쉬르 마론의 스타드 노티크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카누(스포츠 등급 KL3) 남자 카약 200m 예선. 최용범은 42초4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4위에 올랐다.
7일 준결승, 결승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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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누 K3 200m 예선에는 총 10명이 출전해 2개 조로 나눠 레이스를 펼친다.
각 조 1위가 결승으로 직행하고, 나머지 8명은 준결승에서 다시 우열을 가린다.
준결승에서는 하위 2명이 탈락하고 나머지 6명은 결승에 진출해 총 8명이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사실상 2명만 탈락한다.

최용범은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연습할 때는 뒷바람이었는데 오늘은 앞바람이어서 막판에 힘이 모자랐다.
100m 즈음 왔을 때 옆을 봤는데 해볼 만할 것 같았다.
그게 오히려 더 안 좋았던 것 같다.
준결승, 결승 때는 무조건 앞만 보고 죽어라 달려야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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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기록은 만족을 못 하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
준결승에서 실수 없이 원래 하던 대로 해서 결승 올라가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첫 패럴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이전 대회와 달리 선수들이 전부 빠르다.
준결승 때도 전력을 다하고 좀 누워서 쉬면서 체력을 보충해야겠다”라고 말했다.

7일에는 비가 예보된 상황. 최용범은 “추위에 강해서 괜찮다”라고 했다.
개막식 한국 선수단 기수였던 그는 “개막식 때보다 지금이 덜 떨리다”며 미소 짓기도 했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는 얘기다.
최용범은 폐막식 기수로도 예정돼 있다.

최용범의 귀 뒤에는 오륜기가 새겨져 있다.
불의의 사고로 올림픽 출전 꿈을 접었지만, 패럴림픽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는 최용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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