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STAR⑧] 막내에서 맏언니로...아버지 넘어 올림픽 2연속 메달을 꿈꾸는 여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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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이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도마 결승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빛 착지를 향해.

6년 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에서 혜성같이 등장했던 여서정은 한국 여자 체조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아버지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 못지않은 실력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좋은 흐름은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 동메달로 이어졌다.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여서정은 체조 인생은 올림픽 이후 부상으로 주춤했다.
위기를 딛고 날아오른 준비를 마쳤다.
맏언니가 된 책임감으로 두 번째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아버지의 DNA를 이어받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실력을 자랑했다.
‘도마 황제’로 불린 아버지 여 전무이사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여 전무이사는 현역 시절 한국 체조를 이끌었던 스타였다.
1994년 브리즈번, 1996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세계선수권 도마 종목에서 각각 동메달,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AG에서 도마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유년 시절부터 기대를 받은 여서정은 주니어 무대를 거쳐 시니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16세가 되자마자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AG에 출전했다.
시니어 무대 첫 국제 종합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이름 석 자를 알렸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가 AG 금메달을 딴 것은 1986년 서울 대회 이단평행봉 서연희, 평균대 서선앵 이후 32년 만이었다.

승승장구였다.
2019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인 ‘여서정’이 국제체조연맹(FIG) 규칙집에 등재됐다.
2019년 6월 코리아컵 국제체조대회에서 해당 기술을 완벽에 가깝게 선보이며 기술을 규칙집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여서정’은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720도)를 비틀어 내리는 기술이다.
여 전무이사도 FIG 규칙집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여1’, ‘여2’를 올렸다.
부녀가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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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체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아버지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와 마주 보며 웃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춤했던 지난날

좋은 흐름은 도쿄 올림픽까지 이어졌다.
자신의 첫 올림픽이었던 도쿄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1차 시기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 기술을 완벽하게 선보여 금메달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 실수가 나오며 3위로 밀렸지만 한국 체조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은 여서정이 처음이었다.
더불어 한국 체육 사상 첫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도 써냈다.

뜻하지 않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첫 올림픽 이후 허리는 물론 어깨, 관절 부상으로 한동안 고전했다.
약 5개월 동안 훈련조차 하지 못했고 후유증에 시달렸다.
2022년 11월 영국 리버풀 세계선수권에서는 ‘여서정’ 기술을 선보이지 못했고 착지도 크게 흔들려 7위에 그쳤다.

다시 일어선다.
지난해 10월 벨기에 안트베르펜 세계선수권에서 여자 도마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 메달로 또 한 번 부녀 동반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됐다.
더불어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36년 만에 올림픽 단체전 출전에도 앞장섰다.
지난 3월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를 달았다.
여 전무이사는 “어깨, 관절 부상으로 (여)서정이가 고전하다가 많이 나아진 상태”라면서 “부상만 없다면 메달권은 이번에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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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서정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태극기를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맏언니의 책임감

6년 전 막내였던 여서정은 어느덧 맏언니가 됐다.
여자 대표팀 주장까지 맡으며 책임감이 커졌다.
여서정은 “2018년부터 6년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다 함께 힘을 내보겠다”고 전했다.

3년 전 도쿄에서 이름을 날렸던 그 기억을 되살린다.
‘여서정’ 기술을 파리에서 다시 한 번 완벽하게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그는 “목표를 크게 잡고 있다.
도쿄 올림픽 때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쟁자는 위대한 체조 선수로 불리는 시몬 바일스(미국)다.
바일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도쿄 올림픽에선 주춤했으나 최근 미국 대표팀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 체조는 소리 없는 강자의 면모를 이어갔다.
역대 올림픽에서 총 17개(금2·은4·동11)를 수확했다.
지난 도쿄 대회에서는 신재환이 남자 도마에서 한국 체조 역사상 두 번째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고 성적인 메달 4개다.
김한솔은 세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으나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출전이 불발됐다.
도쿄 대회 마루 종목에서 4위를 기록한 류성현이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최정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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