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이치로와 2024년 이정후의 톱타자 기대감 [문상열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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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01년 2월 애리조나 피오리아 시애틀 매리너스 스프링 트레이닝 캠프에는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이 모였다.
주로 일본 기자였다.

캠프가 시작되면서 최대 관심사는 일본에서 포스팅 시스템으로 건너온 이치로 스즈키였다.
기자들은 루 피넬라 감독에게 “이치로가 톱타자를 맡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피넬라 감독은 “글쎄, 이치로가 톱타자로 적합한지는 모르겠다”라며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시애틀은 전년도 2000시즌 91승 71패를 마크,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마이크 카메론, 스탠 하비에르, 시즌 도중 영입한 리키 헨더슨을 톱타자로 기용했다.
기자들에게 시애틀의 테이블세터는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피넬라 감독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이치로를 확고한 톱타자로 염두에 뒀다.
4월2일 오클랜드 에이스와의 시즌 개막전에 이치로는 톱타자로 출장해 5타수 2안타 1득점으로 메이저리그 신고식을 했다.
사실 이치로가 영입된 2001시즌은 시애틀에 전력의 플러스는 아니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프리에이전트로 텍사스 레인저스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켄 그리피 주니어, 로드리게스가 떠난 2001시즌 시애틀은 MLB 역사상 한 시즌 최다 116승60패를 기록했다.
1997년 이후 4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이치로는 MLB 최다 242개의 안타를 뽑았다.
127득점, 56도루(1위)를 곁들여 AL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신임 봅 멜빈 감독은 15일 애리조나 스콧츠데일 투포수 합류에서 이정후 질문을 받았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톱타자가 아니라면 충격일 것이다”며 테이블세터로 시즌을 열 것임을 예고했다.
멜빈은 전임 게이브 캐플러 감독처럼 타순을 수시로 바꾸는 스타일은 아니다.

시애틀은 2000년 11월 포스팅 시스템으로 이치로를 영입했다.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1300만 달러 포스팅 피를 건네고 이치로와는 3년 14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이후 그가 과시한 기량으로는 계약 조건이 좋았다고는 할 수 없다.
과소 평가됐다.

SF는 이정후에 6년 1억13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도 시장가보다 높은 연봉을 줬다고 지적한다.
고액 연봉은 선수에게 고스란히 심리적 부담감으로 연결된다.

이정후에게 이치로는 우상이다.
MLB 네트워크의 JP 모로시 기자는 16일 방송에서 자이언츠 팀 상황을 소개하면서 이정후와 이치로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정후 입장에서는 명예의 전당 회원급인 이치로와의 비교 대상은 반길 만한 일이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9시즌(풀타임 7년)을 뛰고 MLB로 진출했다.
풀타임 7년 동안 해마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다.
그러나 MLB로 진출하면서 장타는 포기했다.
톱타자가 되면서 안타 제조기로 변신했다.
2004년에는 MLB 역대 한 시즌 최다 262개의 안타를 생산했다.
7차례 시즌 최다 안타를 만들었다.
MLB 최다 10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작성했다.

이정후의 MLB 성공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가능성만 갖고 있다.
이치로는 루 피넬라 감독을 비롯해 미국의 전문가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이정후에게도 예상을 뛰어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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